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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함영준 성추문 뒤에 남아야 할 공론

예술계 권력구조 타파의 기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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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윤하나기자 |  2016.10.25 10:33:46

▲23일 4시 함영준 큐레이터 규탄을 위해 일민미술관 앞에 모인 사람들과 취재진. (사진 = 장지우)


요 며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소설가 박범신, 시인 박진성, 큐레이터 함영준, 영화평론가 김수를 비롯한 문화계 남성 인사들의 성추문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 여 전에는 유명 웹툰 작가 이자혜의 미성년자 성범죄 방조 사건이 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첫 출발은 트위터 상에서 ‘#오타쿠__성폭력란 해쉬태그를 이용해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 사례를 자발적으로 고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해쉬태그 운동이 점차 문단, 미술, 영화, 사진계로까지 번지며 점차 구체적인 인명을 향한 폭로가 점화됐다. 미술계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다거나 이 사람도 문제 있다는 식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비밀이 가득 찬 댐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민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 함영준의 경우, SNS 개인 메시지를 통해 어린 작가 지망생 또는 미대생들에게 미술계 내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성적 언행을 일삼아 오던 것이 한 미대생의 고발로부터 공론화됐다. 이후 그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하나둘씩 모였고, 이에 함영준은 총 3번에 걸쳐 사과문과 해명서 등을 올리며 자신의 모든 지위와 참여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SNS가 열어준 '자유의 공간'

 

한 미술관의 책임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미술계 외부에선 그렇게 큰 영향력이 없을 수 있다. 그런데 폐쇄적으로 인적 인프라에 좌지우지되는 미술계의 특성 상 무명작가나 미술대 학생이 전시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한정돼 있다. 요즘 젊은 작가들에겐 전시 공모 기회가 많이 열려 있지만, 공모의 양이 절대적으로 늘면서 오히려 양질의 전시기회를 잡기가 하늘의 별자리가 되기도 했다. 기회에 목마른 수많은 작가 지망생과 무명작가들에게 전시 기획자가 접근한다면? 그것도 최근 몇 년간 신생공간 움직임을 주도했던 커먼센터를 운영했고, 영향력 있는 출판 동인 '도미노'의 일원이자, 언리미티드 에디션, 굿-즈전 등의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젊은 바람을 이끈 신흥세력의 주요인물인 그가 접근했다면, 바로 그의 접근을 성추행으로 고발하거나 그 자리에서 잘못을 고지하기 힘든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24일 오후 현재까지도 수많은 고발과 고백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숨죽여 담아둔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SNS라는 '이전에 없던' 자유의 창구를 통해 참으로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고발로 인해 현재까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한 남성들(또는 기득권의 여성들)이 경각심을 갖고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더불어 이 같은 악질적인 관행과 악습을 사적인 일로 치부하거나 개인 처신의 문제로 몰아가지 않고, 공론화해 함께 해결하고 피해자를 지지하고 도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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