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읽고 쓰는 게 익숙한 사람들은 비문해(非文解,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것)의 절절한 사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간단한 메모나 은행 업무는 물론 아이들 공부 한 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쌓인 안타까움과 설움이 가득하다. 글을 몰라 깜깜했던 평생의 이야기다.
‘보고 시픈 당신에게’는 전국의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 89편을 엮은 책이다. 공모에는 서울, 광주, 부산, 성남, 안양 등 전국에 소재한 30여 개 문장해석교육 기관이 참여해 480여 편의 시화와 산문 작품이 접수됐다. 이 중 87인의 작품 89편이 선별돼 책으로 묶였다.
뒤늦게 글자를 익히면서 느끼는 기쁨과 안타까움, 가족에 대한 사랑, 고단하고 애틋했던 삶이 비뚤배뚤한 몇 줄 작품에 담겼다. 손글씨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저시력자를 위해 큰 글자로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오랜 세월 가슴에만 쌓아둔 심정들이 서툰 글씨로 쏟아져 내린다.
강광자 외 86명 지음 / 1만 1500원 / 한빛비즈 펴냄 /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