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로 널리 알려진 신사임당, 그런데 실제로 후대에까지 전해진 흔적은 시 몇 편과 글씨 그리고 그림 몇 폭이 전부다. 사임당이 죽은 뒤 그의 아들 이이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대학자가 되면서 그의 제자들이나 후인들이 이이를 떠받들기 위해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사임당을 숭배했다. 율곡 이이를 숭배한 우암 송시열이 현모양처로 추앙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을 잘 키운 여자로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현모양처로만 알려진 사임당이 팩션*형 역사소설가 이수광 손에 새로 태어났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머니이기 이전에 조선의 일급 문화인이었던 신사임당의 내면과 삶을 들여다본다. 한 인간으로서의 사임당은 현모양처이기보다 시인이며 화가인 예술가에 더 가까웠다. 그는 사임당이 그들의 숭배가 아니더라도 학문과 예술적 경지에서 조선시대 어떤 여인 못지않게 뛰어났음에 주목한다.
* 팩션 =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가상의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한다.
저자는 당대를 뒤흔들고 현모양처로 추앙받는 사임당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사랑을 그리워하고, 그녀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낸다. 역사를 바탕으로 저자의 재해석을 담아 시와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사임당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렸다.
이수광 지음 / 1만 5000원 / 스타리치북스 펴냄 /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