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전경. 많은 관람객이 작품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김연수 기자)

예술가의 창작 작업은 숭고한 마법이기보다 지속적인 노동에 가깝다. 여기서 노동이란 용접을 하고, 흙을 치대거나 붓을 움직이는 물리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작업을 위한 연구와 되풀이되는 시행착오를 견뎌내는 물리적 시간까지 포함한다. 이처럼 시간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무료로 입장한 미술관에서 즐길 때면, ‘작품을 만든 작가에게 어떤 대가가 돌아갈까?’ 의문이 든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금전적 보상을 어떻게 받을까?

지난 9월 6일 문체부 주최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 마련 정책 토론회’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렸다. 이날 논의된 작가비 제도는 당장 올 10월 말에 입법 추진을 거쳐 내년부터 국공립 기관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토론에서 주요 발제안 중 아티스트피(이하 작가비) 법제화에 대한 토론은 특히 활발했다. 이유는, 지금까지 전시를 포함한 작가의 직업적 활동에 대해 (제작비 등을 제외한) 어떤 금전적 보상도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굳이 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작가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싶어도 산업적 용역으로 볼 수 없기에 기관의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간혹 재정적 여유가 있는 기획자나 재단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작가의 참여 보수를 챙겨주는 것이 ‘훈훈한’ 사례처럼 들려오곤 한다.

이야기에 앞서 우선 작가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날 작가비의 세부기준안을 발제한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국제교류센터장은 작가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작가비는 특정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에 대한 사례비로, 운송료, 보험료, 설치비, 작품 제작비 등을 제외한 순수비용을 말한다. 여기에 예술창작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존경과 영예의 의미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작가의 무형적 창작활동의 대가, 쉽게 말하자면 인건비 보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국공립미술관 및 지역 비엔날레 등의 경우, 작가들에게 배정되는 한정된 제작비와 운송비는 작가가 작업을 만드는 데 쏟은 시간과 노력의 대가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일선의 작가들에게 아티스트피란, 먼저 주면 고맙지만 안 받아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비 명문화 작업이 진행된다면 현재까지 작가비를 받지 못한 작가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원 사각지대 좁힐 공론화 필요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법제화가 되면 현재의 최저임금제처럼 최소한의 기준만을 지키게 될 것이란 부정적 견해가 제기됐다. 또한 신진작가보다 기본임금이 높게 책정된 중견작가의 경우, 기관의 예산을 이유로 전시 기회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많은 지자체 및 기관에서 운영하는 신진작가를 위한 지원금과 무엇이 다른지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소외되는 중견작가를 위한 방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 작가와 마찬가지로 미술계에 공헌하는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큐레이터와 비평가들도 기본적인 처우와 사회적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도 이야기돼야 할 시점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신은향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연계나 영화계 등 타 예술계와 달리 미술계 관련법이 부재한 현실에서, 미술계 진흥과 미술인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단계라고 말이다. 이어 작가비 책정 방식의 미흡한 점 및 중견작가 및 기타 소외된 미술인에 대한 지원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미술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때다. 우선 작가들이 생각하는 타당한 작가비 책정 방식과 임금의 규모는 행정가의 셈법과 다르다.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작가들의 전시가 줄어들면서 자연히 관심의 대상에서도 멀어졌다. 이에 다양한 조건에서 활동하는 미술인들의 경험과 의견이 공론화된다면 미술계 지원의 사각지대를 좁히고, 더욱 합리적인 작가 보수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미술계 사회 안전망을 꾸리는 첫 번째 단추에 미술 생태계를 직접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들려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