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 방송에서 인기 MC인 J씨가 가슴의 털을 공개했다. 게스트로 나선 그는 가슴에 유난히 털이 많았다. J씨는 가슴의 털이 집안 내력이라고 했다. 이를 본 네티즌 일부는 “남성의 매력”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한 기혼 여성은 “가슴에 털 있는 남자와 사는데 만족 한다”는 글을 동호인 카페에 올렸다. 반면 일부는 “깔끔함과는 거리가 있다”며 시큰둥해 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인에 비해 가슴 털이 덜 발달 했다. 따라서 약간의 신비주의 경향도 있다. 가슴 털과 성적 매력 여부 논란도 이 같은 신비주의 결과다. 남성 가슴의 털은 좋고 나쁨이 없다.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또 집안 내력 가능성이 아주 높다.
가슴에 털이 많을수록 모발 탈락 가능성이 높다. 탈모 유전인자를 받았을 개연성 때문이다. 유전 탈모의 중심은 모발성장 조절 호르몬인 DHT(Dihydrotestosterone)다. 혈중의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에서 5알파 환원효소(5α-reductase) 의해 전환된 DHT는 모유두 세포막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만나 모발 증식 촉진인자를 감소시킨다. 또 모근 파괴물질을 분비시키고, 피지선도 증식 시킨다. DHT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DHT는 몸의 모든 털을 탈락시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눈썹 이하 부분의 체모는 더 자라게 한다. DHT가 눈썹과 눈썹 아래 부위에서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nsuline-like growth factor, IGF-1) 생성을 촉진하는 까닭이다. 인슐리 유사 성장인자는 모발의 성장기를 재촉하고, 퇴행기로의 이행을 막는다. DHT는 두피에서는 모발탈락으로, 눈썹과 눈썹 아래에서는 털 성장으로 작용한다. 대머리 중 상당수가 눈썹, 수염, 가슴, 팔, 다리 등의 신체에 털이 많은 이유다.
가슴에 털이 많은 남자는 중년 이후에 머리카락이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는 사우나에 가면 쉽게 확인된다. 가슴에 털이 난 중년이후의 남성 중 상당수는 머리의 숱이 적다. 가슴에 털이 발달한 40대, 50대 남성 중 십중팔구는 대머리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