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과 부산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 피운 사건 등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며 이 묻지마 범죄를 향한 불안과 공포가 만연해졌다.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사건들은 비단 한국의 일만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사회비평가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는 수많은 다중살인 사건들에 주목하며 그 끔찍한 광기를 이해해야만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 참여적 사상가인 저자는 범죄와 자살이라는 가장 절망적인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지옥을 견디다 못해 괴물이 돼버린 사람들과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고통에 주목한다.
비포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불길한 징후들로부터 바로 지금 불안과 탈진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 지음 / 1만 8000원 / 반비 펴냄 / 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