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좋은 회사, 좋은 사회의 기준은 무엇일까. 필자는 예측 가능성으로 생각한다. 사안에 대한 사람의 반응, 직장의 대응, 사회의 평가를 알 수 있으면 좋다. 이에 맞게 행동하면 편하다. 예측은 단순함이 생명이다. 단순하면 예측하기 쉽다. 반면 복잡하고, 변수가 많으면 예측이 어렵다.
가령, ‘8시간 일하면 10만 원 준다’는 약속은 아주 단순하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8시간 일하는 데, 손님에게 인사를 10번 하고, 고객에게 음식 배달을 20번 하고, 신규 고객을 1명 유치 한다. 이를 실행하면 10만원을 준다’고 하면 복잡하다. 변수가 많아 몇 번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좋은 사람, 좋은 직장, 좋은 사회일수록 단순한 규칙을 바르게 실천한다. 하지만 모호하고 복잡하게 말하고, 애매하게 표현하고, 자기 유리한 대로만 풀이하는 사람, 직장, 사회도 있다.
평범한 시민들의 불만 중 상위 랭킹에 드는 게 보험 관련 내용이다. 복잡한 약관은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써 있다. 설계사가 잘 설명하지만 치밀하지 않은 사람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경우의 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계약자는 그저 ‘어떤 경우에 얼마를 받는다’ 정도만 기억한다.
보험금 수령 때는 복잡함에 대한 해석 문제로 불협화음도 빚어진다. 계약자는 당연히 보험금을 받을 것으로 여기는 데 비해, 보험사에서는 약관을 제시하며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대화로 해결이 안 되고,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면 소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돈과 시간을 들여 소송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에 호소하는 게 현실적 노력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보험사도 무작정 계약자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보험금 사기도 존재하는 까닭이다.
보험사와 계약자의 다툼을 보면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실 때 남인데~~’라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고객은 처음 계약할 때 그야말로 단골손님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사고나 질병으로 보험금을 탈 때가 되면 남처럼 대우받는 인상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탈모치료를 하면서 만나는 탈모인들의 불만도 여느 보험 계약자들과 비슷하다. 질병에 의한 탈모 치료는 보험 대상이다. 보험사의 약관이나 금융감독원의 규약에도 설명돼 있다.
그런데 현실의 탈모 보험은 중구난방이라는 게 탈모인들의 지적이다. 탈모 보험금을 청구해 A사에게는 받은 반면 B사에서는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보험사 마다 약관이 다르다. 그렇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은 약관에도 보험사 마다 풀이가 다르다면 잘못된 것이다.
탈모치료 방법들은 대부분 비보험이다. 의료보험 수가에 등재 되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험사 마다 입장과 해석이 다르다. 원칙이 없다. 보험은 좋은 제도다.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안전장치가 보험이다. 하지만 규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 소비자인 계약자가 권리를 찾지 못한다면 보험이 아니다. 보험사는 탈모치료 시 보험금 지급에 대한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할 시기가 된 듯하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