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가 좋은 것을 금실지락(琴瑟之樂)이라고 한다. 금(琴)은 비파이고, 슬(瑟)은 거문고다. 금슬은 비파와 거문고의 조화로운 화음이다. 부부의 정이 넘쳐흐르는 것을 일컫는다. 금슬(琴瑟)을 금실로 읽는 것은 전설모음화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금실이 좋아야 한다. 외로울 때, 힘이 달릴 때 옆에서 그래도 지켜주는 사람은 대부분 배우자다. 젊을 때는 여러 분야에 열정이 넘치기에 배우자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배우자와의 사랑을 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책에서는 부부금실을 좋게 하는 비법들이 쓰여 있다. 예를 들면 사소한 것도 칭찬하고, 밥상머리 대화를 하고, 연애 편지를 쓰고, 취미 생활을 같이 하고, 한 번쯤은 둘만 훌쩍 떠나는 여행을 하는 것 등이다.
부부는 함께 오래 살기에 서로에게 무뎌진다. 신비감이 떨어지고, 긴장감도 제로에 가깝고, 설렘도 바닥이다. 편안함이 무기력과 무관심이 될 수 있다.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무관심이다.
배우자가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는 부부가 의외로 많다. 심지어 아내가 코 성형수술을 받았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남편도 있다. 코가 부은 아내가 “상처가 나 며칠 동안 이비인후과 다닌다”고 하면 그런 줄 아는 하숙생 같은 남편도 꽤 있다.
관심 없는 곳에 사랑도 있을 수 없다. 황혼이혼의 최고 원인은 무관심이라는 통계도 있다. 작은 관심은 큰 치유 효과가 있다. 심리적 상처를 보듬고, 육체적 아픔도 쉬 아물게 한다.
필자는 탈모를 통한 중년 부부의 관계를 살폈다. 남편의 탈모 치료에 아내가 적극적인 경우가 있다. 대부분 부부관계가 원만한 듯 보인다. 간혹, 중년 여성의 탈모치료 때 남편이 동행한다. 이 모습도 보기가 좋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본 탈모인의 부부 친밀도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아내의 탈모를 먼저 발견하고 치료를 권유한 경우는 1년에 서너 명에 불과하다. 남편의 탈모 걱정을 해 치료를 권유한 아내도 그리 많지는 않다.
남자나 여자나 보이는 것에 극히 예민하다. 모발은 눈에 확 띈다. 머리카락이 빠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때 함께 사는 배우자가 먼저 걱정하고, 치료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상대에게 가장 효과적인 관심이 될 수 있다.
부부금실 척도를 알아보는 항목의 하나로 배우자의 탈모 발견이나 치료 권유가 포함되면 좋을 듯싶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