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손해 보는 사람을 위한 책이 나왔다. 논리와 진실이 이긴다는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진 않은가? 토론은 진리를 밝히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토론을 벌일 때 논리보다는 여론에 떠밀리고,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 입심이 달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쇼펜하우어는 상대에게 억지를 쓴다고 외치거나 의미 없는 질문을 쏟아내고, 그마저도 통하지 않을 땐 인신공격을 하라고 말한다. 모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논쟁에서 이기는 법칙들이다.
대화나 논쟁이 벌어지면 무엇보다 신중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부당함을 공격받으면 받아들이기보다 방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토론은 진실에서 멀어지고, 오직 승패만 남는다. 여기서 쇼펜하우어는 허황된 인간을 보며 논쟁의 승리 법칙을 정리했다.
대화와 논쟁에서 옭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가 살았던 1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목소리 큰 사람이 휘어잡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쇼펜하우어는 이기려는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150년 전 그는 이미 당신이 왜 대화에서 지는지 알고 있었다.
A. 쇼펜하우어 지음 · 권기대 옮김 / 1만 2000원 / 베가북스 펴냄 / 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