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가 암(cancer)이다. 악성종양인 암은 성장이 빠르고 전이가 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cell)는 성장과 사멸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자동조절 기능 이상으로 사라져야 할 비정상 세포가 지나치게 증식, 기존 조직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킨다. 이런 상태가 암이다.
상당수의 암은 조기진단하면 정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항암치료를 한다. 항암치료는 부작용을 동반하다. 대표적인 게 탈모다. 특히 유방암 치료에 많이 쓰이는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암제인 독소루비신, 에피루비신 등은 탈모 현상과 밀접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항암치료 환자 65%에게서 탈모가 발생한다. 탈모는 빠르면 투약 후 일주일부터 일어날 수 있다. 항암치료를 중단하면 6~12개월에 모발이 회복된다. 그러나 방사선 치료에 의한 탈모는 영구적일 수도 있다.
항암 치료 시 탈모 원리는 다음과 같다.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암 세포에 작용, 분열을 멈추게 함으로써 암을 치료한다. 항암제는 암세포만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암세포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특징을 가진 정상세포에는 모낭세포, 골수세포, 점막세포 등이 있다.
모낭세포는 빠르게 성장하는 정상세포다. 항암제의 영향을 받으면 모낭세포는 분열을 멈춘다. 모발 성장이 중단되고, 모발탈락이 일어난다. 모발은 성장, 퇴행, 휴지기의 일생을 산다. 그런데 항암제는 모발을 곧장 퇴행기로 유도한다. 5년 정도 되는 모발 주기를 급격하게 단축시켜 삶을 마감시키는 것이다.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탈모 원인이 사라진다. 항암치료 1년 후쯤에 모발이 회복되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항암치료 몇 년이 지나도 머리카락이 솟아나지 않는다. 항암치료 중에 모낭 세포가 많이 손상된 탓이다. 튼실하지 못한 모낭세포가 세포 분열을 활기차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탈모 부위에 성장인자와 항산화제 치료를 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글쓴이 홍성재 의학박사/웅선클리닉 원장
의학 칼럼리스트로 건강 상식을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살가움과 정겨움이 넘치는 글로 소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서로 ‘탈모 14번이면 치료된다’ ‘진시황도 웃게 할 100세 건강비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