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수년간 남한산성의 해설사로 활동해온 저자가 그저 스치듯 남한산성을 걷기 좋은 길로만 인식하는 이들을 위해 집필했다. 지금도 남한산성엔 전국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심지어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남한산성이 예쁜 길과 병자호란으로만 기억된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평가에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진정성과 완전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남한산성은 한남루 건립 당시 사용됐던 문초석이 원래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국가 비상 시 임시수도로 역할할 수 있도록 종묘사직이 갖춰져 있다는 점, 현재도 많은 사람이 터전으로 살아가는 유서깊은 산성마을이라는 점 등이 인정됐다. 이를 증명하듯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 현장실사를 나온 유네스코 실사팀은 현절사 제향 모습을 지켜보더니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단지 외형적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옛것이 문화적, 예술적으로 잘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인조의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거지 행세로 적진으로 들어간 서흔남의 묘비, 400년의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정신적 버킴목이 되어 준 할아버지 느티나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매바위 등 남한산성 구석구석에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저자는 남한산성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숨결을 전달한다.
안미애 지음 / 1만 2500원 / 라운북 펴냄 / 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