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비단 스펙을 위한, 또는 학벌 쟁취를 위한 수단만을 뜻하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걸 찾는 여정이 삶의 공부라고 했다. 읽기와 글쓰기를 넘어서 삶으로 이어지는 공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를 위대한 작가들은 모두 공부를 통해 실천했다.
안티고네는 슬픔이라는 위대한 감정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했고, 윤동주는 나약함으로 숭고함을 쟁취했다. 저자는 이렇게 작은 가치들을 창조의 힘으로 꽃피우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에서 지그문트 바우만까지, ‘리어 왕’에서 ‘이방인’까지 저자가 종횡무진 횡단했던 책 읽기를 통해 삶의 가치를 돌아본다.
현재 국악방송 라디오에서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을 진행하는 저자는 문학평론가로서 끝없이 읽고 쓰면서 공부를 삶으로 실천하려 노력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저자에게 공부란 ‘과거와 현재의 내 문제를 깨닫고, 미래의 내 삶을 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나면 꼭 ‘과거의 자신’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진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 마음을 독자들과 이 책을 통해 나눈다.
정여울 지음 / 1만 6500원 / 민음사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