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한화갤러리아·SM면세점 등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이 잇달아 문을 열며 면세점시장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사진=CNB포토뱅크)
이런 가운데 대외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선 면세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년에도 ‘면세불패’를 이어갈 수 있을까. (CNB=허주열 기자)
HDC신라·한화·하나투어…면세점 줄줄이 오픈
중국·일본 등 자국 면세시장 살리기에 ‘사활’
주변국 약진 속 국내선 규제 강화 ‘역주행’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내 면세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예고돼 있다. 전체 면세시장 규모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서울 시내면세점이 구조적 대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롯데면세점 소공·월드타워·코엑스점, 신라면세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6곳의 매장이 운영 중인 가운데 3곳(HDC신라·한화갤러리아·SM면세점)이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 특허기간 만료에 따른 재심사 결과 롯데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이 탈락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업을 접어야 한다. 그 자리에는 신세계·두산면세점이 각각 충무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 동대문 두산타워에 들어설 예정이다.
변화의 포문은 HDC신라면세점이 열었다. 현대아이파크몰, 현대산업개발, 호텔신라가 각각 25%, 25%, 50%의 지분을 나눠 가진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4일 용산 아이파크몰 내 옛 문화관에 일부 매장을 먼저 오픈했다.
당초 내년 1~2월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독려로 시기를 앞당겼다. 때문에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하이퀄리티 명품과 지역특산품을 제외한 화장품, 잡화, 토산품 400여개 브랜드만 갖춘 채 우선 문을 열었다. 주요 명품을 포함한 그랜드 오픈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매장 면적이 2만7400㎡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만큼 첫해 1조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오는 28일 63빌딩 내에 그라운드 플로워(GF)와 1~3층 4개 층을 활용한 1만72㎡ 규모의 갤러리아면세점을 부분 오픈한다.
이번 부분 오픈 면적 규모는 약 6000㎡, 입점 브랜드는 369개로 첫해 매출 목표는 5040억 원이다.
갤러리아면세점도 HDC신라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그랜드 오픈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두 면세점 모두 면세점의 얼굴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해당 브랜드들이 이미 운영 중인 국내 매장 수로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하이퀄리티 명품 브랜드의 경우 매장 개수에 제한을 두고 있어 유치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롯데 월드타워점, 워커힐면세점이 빠지게 되면서 매장 수에 변화가 생기는 등 협상의 여지는 아직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중순에는 하나투어를 중심으로 한 10개 중소·중견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권을 따낸 SM면세점이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SM면세점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우수 상품과 한류스타의 이름을 건 이른 바 스타상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며 첫해 매출 목표는 3500억 원이다.
하지만 SM면세점도 HDC신라·갤러리아면세점과 마찬가지로 하이퀄리티 명품 브랜드나 차별화 포인트였던 중기 명품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수수료 인상… 엎친 데 덮친 격
이런 가운데 대외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자국 면세시장 확장을 위한 수입관세 인하와 일본의 면세대상 금액 기준 완화(1만 엔 초과→5000엔 초과) 등 주변국들이 공격적으로 면세쇼핑 관광객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한 규제강화 움직임이 물밑에서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공청회’에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이 면세점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특정 대기업에 집중된 면세시장을 바꾸기 위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방식과 시장구조 개선 방안, 특허수수료 인상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특허수수료(대기업 0.05%, 중소·중견기업 0.01%)를 10~100배가량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 원 가량, 영업이익은 5525억 원 수준인데 반해 특허수수료는 약 40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면세사업자들이 과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법률로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사업권 유지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점도 부담이다. 특히 기존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사업권이 자동으로 연장됐지만 이제는 5년 마다 원점에서 경쟁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기업들은 면세점 입찰 때마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0%에 육박하는 고성장을 이어온 면세사업이 내년에도 불패신화를 이어갈지는 의문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시장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면세기업들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