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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미공개 주식거래…‘악마의 유혹’ 빠진 ‘내부자들’

한미약품·알테오젠…주가조작 ‘진실과 의혹’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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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12.15 09:16:30

▲기업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위험한 투자 유혹’에 흔들려 선을 넘는 ‘내부자들’이 잊을만하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쯤은 ‘악마의 유혹’을 경험한다. 눈을 한 번만 질끈 감으면 바라던 것을 얻을 수 있어서다. 유혹은 달콤하면서도 위험하다. 당장의 과실은 클지 몰라도 외줄타기처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기업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위험한 유혹’에 흔들려 선을 넘는 ‘내부자들’이 잊을만하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조 단위 기술 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약품의 ‘내부자’가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한미약품의 경우처럼 실제 ‘기업 공시’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내부정보 유출’인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CNB=허주열 기자)


회사기밀로 투자하다 한순간 나락으로
내부정보유출 유무는 기업공시가 결정
공시 없으면 처벌 힘들어… 경계 모호


지난 10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이진동)는 한미약품의 호재성 정보를 미리 알고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미약품 연구원 노모(27)씨와 노씨의 대학 선배이자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양모(3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정보를 받아 주식투자에 이용한 노씨의 대학동기 이모(27)씨는 벌금 7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노씨가 유출한 내부 정보는 양씨를 통해 10개 자산운용사, 지인 4명에게도 흘러들어갔다. 이를 통해 노씨는 8700만 원, 양씨는 1억4700만 원, 이씨는 1200만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또 자산운용사는 총 249억 원 상당, 지인 4명은 12억 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다만 2차 정보수령자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와 4명의 지인들은 당시 처벌 관련 법규의 미비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지난 7월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2차 정보수령자도 과징금을 부과 받게 됐지만, 이들은 그 이전에 정보를 받아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어서 형사처벌은 물론 과징금 부과대상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내부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운용사에 지인들까지 얽힌 이번 사건의 시작은 올해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19일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자사가 개발 중인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라이선스 및 협력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만 5000만 달러, 이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과정에서 단계별 기술료로 최대 6억40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또 상업화 이후에는 별도로 10% 이상의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이는 당시 국내 제약사의 기술 수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한미약품의 주가를 견인할 엄청난 호재였다. 


하지만 한미약품 주가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기 이전인 3월 10일 4.8%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급등하며 12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올랐다.


내부정보를 미리 입수한 노씨는 3월 4일 경부터 주식을 사들이는 한편 관련 정보를 주변에 퍼트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의 호재성 정보가 공개되기 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 조사를 벌인 결과 불법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2일 양씨를 통해 해당 정보를 듣고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한 혐의로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사무실 등 운용사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다.


결국 수년간의 연구 성과가 낳은 결실은 미공개 정보 사전유출 사건으로 얼룩지며 성과가 반감됐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종가기준 84만7000원 까지 올랐던 한미약품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검찰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12월11일)에는 66만 원으로 급락했다.


금융당국은 한미약품 외에도 최근 보건복지부 간부가 코스닥 제약업체 알테오젠과 관련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익을 취한 정황을 포착, 조사 중이다.


제약업계 출신인 보건복지부 A과장은 산하 기관인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알테오젠과 바이오약품연구 및 생산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관여하고 이권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알테오젠 주가는 MOU 체결 전후로 20% 가량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A과장의 부인 B씨는 알테오젠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6만8545주의 주식을 스톡옵션 형태로 보유하고 있어 1억 원가량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정확한 공시 시점은 몰라도 파이프라인의 성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를 이용한 투자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연구직 등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있는 이들은 유혹에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소문이냐 기밀이냐, 경계 오락가락


이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까지가 ‘내부정보 유출’인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자는 통상 이후 공시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다. 쉽게 말해 실제 공시로 이어지면 유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공시가 없다면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한 뒤 투자자에게 알려주는 ‘종목탐방’은 다소 과장되게 전달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다”면서도 “고객에게 흘린 미공개 정보가 실제 사실(기업공시)로 이어졌을 경우에는 내부 정보 공유 의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최근 메리츠종금증권 전직 임원 C씨로부터 특정종목을 추천받아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D씨가 C씨를 내부정보 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해당 종목에 대한 이렇다 할 공시가 없어 검찰이 현재까지 C씨를 기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부 정보 유출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에서의 신뢰 상실로 회사 전체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정보 유출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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