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분양, 공급과잉 부메랑 예고
美금리인상·대출규제 ‘부동산 비관론’
이래저래 내년 주택시장 심리적 위축
최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들은 10월 주택거래량이 감소(-2.8%)했으나, 저금리 및 견고한 주택수요 등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딧 스위스는 10월 주택거래량은 2006년 이래 월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39%)이며, 2013년 중반 이래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부동산시장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시장의 회복세는 견고한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 요인 등으로 2017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나 금년 신규 주택공급 증가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향후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 스탠리는 “향후 경기 둔화 및 시장규제 강화 등의 비우호적 방향으로 환경이 바뀔 경우 주택거래량 신장세의 지속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연말까지는 주택거래량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해외 IB업계의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가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종가 기준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121.87로 1개월 전(135.24)에 비해 약 8.4% 감소했다. 기업별 개별주가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한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상장된 6개 기업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최대 22.8%하락했다.
삼성물산은 15만1500원으로 1개월 전(15만9000원)에 비해 약 4.7%(23일 종가 기준) 빠졌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3만7100원→3만2800원으로 약 11.6% 떨어졌고, 대우건설은 7330원→6480원으로 약 11.6% 하락했다. GS건설(2만5050원→2만2650원)은 약 9.6%, 현대산업개발(5만6900원→4만3950원)은 약 22.8% 감소했다. 대림산업만 같은 수준(7만3000원→7만3000원)을 유지했다.
비상장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PSTOCK에 따르면 같은 기간 포스코건설(4만3600원→4만1500원), SK건설(1만7700원→1만6500원), 현대엔지니어링(87만 원→75만 원)도 각각 4.8%, 6.8%, 13.8% 하락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경기 호조에 따른 과도한 물량공급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저유가로 인한 해외사업 수요 감소 ▲정부의 대출규제 예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급 폭탄’ 현실 되나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급물량은 약 50만 가구(예정포함)로 역대 최대다. 건설사들이 지금이 물량을 쏟아낼 찬스라고 판단해 앞다퉈 밀어내기 분양을 하다 보니 부동산 시장 최대 호황기였던 2006~2007년 때보다 공급량이 늘었다.
이처럼 과도한 공급은 입주가 시작되는 2~3년 후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부동산 시장 호황기 밀어내기 분양물량 급증에 따른 부메랑 효과로 2010년까지 연평균 입주물량이 31만 가구씩 쏟아졌고,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2~3배가량 폭증했다.
이는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한 할인 분양으로 이어졌다. 이에 반발한 기존 계약자들이 분양 거부에 나서며 위약금, 보증금 미반환, 하우스 푸어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저유가 기조로 인한 해외 수요 감소와 정부의 대출규제 예고,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도 건설주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가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끌어 올릴 경우, 가계부채 1100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CNB와 통화에서 “최근 유가가 다시 빠지면서 해외 수주 감소 우려와 건설업체들의 해외손실 처리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 그리고 내년부터 예고된 정부의 집단대출 조정 등의 대출규제가 불안심리 자극하고 있다”며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가 (건설주들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난으로 실수요가 내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거래량이 크게 늘었지만, 내년부터는 상환기간 및 방법, 대출금액 등의 문턱을 높아질 것으로 판단돼 향후 대출을 이용한 내집 마련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신규분양 집단대출 실태를 점거하고 있고,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분양시장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주택시장에는 급등도 급락도 없어야 한다”며 “일부에서 공급과잉 우려도 있고 분양과열 양상도 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며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