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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르고 보자? 유통공룡들 수천억대 상생 발표 “왜”

면세점 입찰전 2라운드…상생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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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11.07 09:13:02

▲시내면세점 대전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참전 기업들이 ‘착한기업’ 이미지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올 연말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소공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사진=롯데면세점·워커힐면세점)

시내면세점 대전(對戰)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참전 기업들이 ‘착한기업’ 이미지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기업이 상생안을 발표하면 곧바로 경쟁업체들이 ‘+α’ 상생안을 내놓고 있는 것.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12일 15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계획을 밝힌 이후 SK네트웍스와 신세계는 잇달아 2400억 원, 27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계획을 내놨다. 약속의 실현 여부도 의문이지만, 이러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B=허주열 기자)


사회공헌 규모 앞다퉈 늘리기 경쟁
‘통 큰 기부 vs 무리수’ 시선 엇갈려
수천억대 상생 약속 지켜질지 의문


관세청은 올해 내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3곳(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 소공·월드타워점)과 부산 시내면세점(신세계 파라다이스면세점) 1곳을 운영할 사업자를 오는 14일 발표한다.


관세청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관세청, 중소기업청 등에서 선발한 정부위원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경제단체 등에서 선발한 민간위원을 합쳐 10~15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특허심사위원회를 꾸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제출 서류와 관세청 실사 서류, 업체별 프레젠테이션 등을 종합해 시내면세점 4곳의 새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관세청이 공개한 사업자 평가 기준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300점) ▲운영인의 경영 능력(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의 5개 항목이다. 


이중 참전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대목은 ‘상생 노력’이다. 이는 1차적으로 면세사업권 심사에 상생이 중요한 대목을 차지하고 있고, 2차적으로는 낮은 특허수수료(0.05%)가 세간에 알려지며 ‘면세점 사업=정부 특혜 사업’이라는 부정적 여론을 바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 시내면세점의 경우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신세계, 두산이 얽히고설킨 수성·공성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치열한 상생규모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먼저 롯데면세점이 지난달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500억 원 규모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은 물론 취약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여기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별도로 공연·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롯데문화재단 설립’(100억 원), ‘청년 창업 지원’(100억 원), ‘청년희망펀드 기부’(70억 원) 등 총 270억 원 규모의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같은 날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면세점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려는 두산은 영업이익의 10%(약 500억 원 추산)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사재 100억 원, 두산그룹이 100억 원을 각각 출연해 동대문 지역발전과 상권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켰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SK네트웍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온누리상품권 고객사은품 지급(200억 원) △야간 면세점 운영 △600억 원 규모 동반성장펀드 조성 △소상공인 자녀 교육 및 취업 지원 △면세점 영업이익 10% 사회 환원, 동대문 야경 개선, 전통시장 관광명소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2400억 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신세계도 이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서울 시내면세점을 사회공헌 및 상생면세점으로 설계키로 했다며 △10대 관광인프라 개선 △전통시장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 등의 상생 비용으로 27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상생안이다. 어느 기업이 새 면세사업자가 되든 약속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충무로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동대문 두산타워를 앞세워 서울 시내면세점 진출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왼쪽)과 두산타워. (사진=CNB포토뱅크·두산타워)

상생안 ‘자의 반 타의 반’


문제는 평소 상생에 소홀히 하던 대기업들이 면세점 특허권 취득을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워가며 상생안을 내놨다는 점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그룹발 악재와 독과점 논란 등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대규모 상생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기존 사업자의 사업권을 뺏기 위해 나선 기업들 입장에서도 상생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상생안을 내놓다 보니 너무 규모가 커진 부분이 있다”며 “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야 여력이 있겠지만, 다른 기업들은 약속한 상생안을 지키기 위해 수익보다 상생 비용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기업들은 업계 1위 롯데면세점(영업이익 4083억원), 2위 신라면세점(영업이익1489억 원)외에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워커힐면세점의 영업이익은 92억 원에 불과했고, 신세계는 206억 원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롯데와 신라 외에는 대규모 사회공헌활동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신규 진출 기업의 경우에는 막대한 초기투자비용 등을 곧바로 흑자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면세사업권 획득을 위해 기업들이 ‘일단 지르고 보자’식의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5년 마다 제로 베이스에서 재심사를 해야 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규모 상생 약속 이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은 면세사업권 심사 과정에서 업체 측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이후 실제 이행률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을 하지 않아 묻지마 상생 약속을 부추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기업이 지켜지지 못할 약속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실제 영업이익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수천억원대 사회공헌을 약속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올해 메르스 사태처럼 시장 상황이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는데 현재의 상생 약속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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