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현대·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날개 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천문학적 동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3분기에도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것.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빅3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조 단위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CNB=허주열 기자)
현대重, 8분기 연속 적자행진
대우조선, 올해 4조 넘게 적자
삼성重 그나마 선방, 흑자전환
글로벌 경기침체에 앞날 안보여
최근 빅3가 잇달아 공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매출액 10조9184억 원, 영업손실 6784억 원, 당기순손실 4514억 원을 기록해 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액 2조4364억 원, 영업이익 846억 원, 당기순이익 505억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2분기 1조548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의 실적 개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출액 3조1554억 원, 영업손실 1조2171억 원, 당기순손실 1조3643억 원을 기록하며 2분기(-3조318억 원)에 이어 조 단위 적자 행보를 이어갔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무려 4조2922억 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참담한 성적표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부실이다. 저가 수주 경쟁, 잦은 설계 변경과 이에 따른 공사 지연, 수입에 의존하는 기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사의 해양플랜트 손실은 8조240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빅3는 3분기까지 해양플랜트 손실 대부분을 털어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공 지연이나 추가 설계 변경 등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여기에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인 미청구 공사대금도 빅3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미청구 공사대금은 발주처와 시공사의 공사 진행률 인정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상반기까지 빅3의 미청구 공사대금은 17조 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 업계와 조선업계에서는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5조2950억 원, 삼성중공업이 1조4050억 원, 현대중공업이 1조145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부실, 저유가 기조 지속 등의 국내외 여건상 4분기에도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상 처음으로 빅3 동반 조 단위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해 빅2로 가야한다는 혹독한 구조조정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조선 불황, 중국의 거센 도전까지 겹친 상황에서 강력한 체질 개선 없이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정부는 조선업과 밀접한 연계산업인 해운 부문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국내 제조 산업을 떠받치던 빅3가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애물단지로 전락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