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감리위원회(이하 감리위)를 통해 대우건설이 50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하고 중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감리위 의결사안이 증선위에서 최종 확정되면 대표이사 해임권고, 최고 20억원의 과징금 등의 제재가 내려진다.
이렇게 될 경우 관행적으로 대우건설과 같은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해온 건설회사들 모두가 재무제표를 정정하고 대규모 손실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이는 공사 기간의 장기화로 인해 변수가 많은 건설업의 특징과 관행을 외면한 것이어서 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당장 대우건설 측은 감리위가 사업장의 미래 예상 손실을 충당금으로 미리 쌓아놓지 않으면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건설업 특성상 부동산 경기의 변화와 현장 설계 변경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분양 전까지 손실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대우건설 분식회계 의혹 조사에 착수하게 된 계기가 됐던 제보 문건(2013~2017년 연도별 예상 손실 등을 예측한 대우건설 내부 문건)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내부 회의용 자료로 분식회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조사 착수 당시 70여개 사업장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축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조사를 거치며 분식 규모가 줄어든 것도 분양 이전에 손실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감리위는 예상 손실을 미리 인식할 수 있고, 이를 충당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6대 건설사의 2012년 재무건전성과 관련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대우건설의 충당금은 1조1203억원으로 GS건설(9289억원), 대림산업(7288억원), 삼성물산(6128억원), 현대건설(4727억원), 포스코건설(4125억원)보다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건정성 비율에서도 대우건설은 -1.90%로 6대 건설사 중 가장 높았다. 물론 충당금의 많고 적음으로만 분식회계 여부를 단정 짓기는 힘들다.
다만 분식회계 의혹을 받았을 당시 비슷한 매출규모였던 대림산업, GS건설 등보다 대우건설의 충당금 규모가 크고 재정건전성도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만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대우건설이 지적받은 회계처리 방식은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만연한 관행으로 금감원 등에서는 이를 묵인해왔다.
앞서 GS건설,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호재인 해외사업 유치 이후 예상치 못한 현장사정 악화로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갑자기 공시했을 때도 분식회계 의혹이 일었지만 금융당국은 ‘혐의 없음’으로 판단해왔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일부에서도 무리하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이후 대우건설 징계 수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급변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고 수주산업의 대표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공사가 끝나고 수년이 지나서야 적자인지 흑자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분기별 회계가 복잡하다”며 “증선위가 대우건설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한다면, 다른 건설사들도 분식회계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