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어선 출어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이르러 면세유 제도의 영구적 시행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일몰 연장법 4건 발의, 본격논의 시동
정부 3년 vs 정치권 10년 연장시한 온도차
농·수협 “일몰기한 없애고 영구 혜택 줘야”
CNB가 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회 계류 중인 면세유류 일몰기한 연장 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총 4건이다. 면세 대상범위 등 주요내용은 기존 법률과 차이가 없으며, 연장기한을 놓고 의원마다 입장차가 컸다.
현행 조세특례법 일몰 기한은 2012년 7월1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로 3년 6개월이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지난해 9월 일몰기한을 2025년까지 10년 더 연장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3월에는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이 2020년까지 5년,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은 2025년까지 10년 더 연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냈다. 지난 5월에는 새정치연합 김춘진 의원이 아예 일몰기한을 없애고 영구적으로 면세혜택을 주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가로 냈다.
면세유는 말그대로 ‘세금이 붙지 않는 기름’이다. 농·어민의 영농·영어 비용경감 목적으로 1972년(농업은 1986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경운기, 트랙터, 어선 등 농·어업 및 임업용 기계류에 사용되는 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등을 면제해주고 있다.
면세유는 농·수협 주유소 등에서 취급하는데 리터당 1400원대의 무연휘발유를 500원대에, 1300원대의 경유는 600원대에 살 수 있다.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등 조합법인에 등록된 농어민이 혜택 대상이며, 면세유 사용실적, 농수산물 생산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새는 기름’이 없는지를 관리하고 있다. 면세유를 용도 외에 사용하거나 부정수급할 경우, 감면받은 세금 전부를 토해내야 하며 여기다 감면세액의 40%를 가산세로 추징당할 수 있다. 2년간 혜택도 중단된다.
▲국내 최대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전경. (사진=정의식 기자)
현재 쟁점은 일몰기한을 어떻게 정하느냐다. 여야 모두 면세제도 유지에는 찬성하고 있지만 혜택 시한을 두고는 이견차가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의원(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 측은 11일 CNB에 “일몰기한 연장은 확실시 되지만 기한 설정은 쟁점으로 남아 있다. 올해 안에 개정안이 나와야 하는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소관부처인 기획재정부는 ‘3년 연장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 입장표명은 없는 상태지만 농어민 단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이같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2011년 여·야·정협의체에서 향후 10년 간 면세유류 혜택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합의대로라면 2021년까지 면세유 제도가 지속된다. 정부는 이를 나눠 2018년까지 3년간 한 차례, 다시 2021년까지 추가로 한 차례 유지한 뒤 세수 상황을 봐가며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수협·농협 등 농어민단체는 일몰기한을 없애고 영구적으로 면세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농가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까지 본격화 되면 농어업 분야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어업 인구 또한 뚜렷한 감소세라 전체 감면 규모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 때문에 영구적으로 혜택을 주더라도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연간 조세감면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 3753억원이며, 이 중 농업용은 1조 296억원에 이른다. 농가당 약 100만원 꼴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금 감면 폭이 2조원대에 육박했지만 저유가 추세와 농림수산업 인구 감소로 전체 감면액이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바다 자원 고갈,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 등으로 수산업은 아사 직전에 처했다. 어업인구 중 60세 이상의 경영주가 32.8%, 70세 이상 경영주 12.8%로 노령화가 심각하다. 어업인구도 급속히 줄어 2012년 기준으로 15만명대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라 농어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류세 면세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3~4년 단위로 연장되고 있는 일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춘진 의원 측은 11일 CNB에 “FTA 등 농어업에 피해가 가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면세유 제도를 일몰시한 연장하면서 피해지원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일몰기한을 삭제해 영구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주유소의 면세유 가격표.
세수확보 비상 걸린 정부 ‘난색’
반면 정부는 세수 확충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감면제도 중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이 넘는 제도는 전문기관의 심층평가를 거쳐 폐지·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정부의 세수 결손액은 2013년 8조 5000억원, 2014년에는 10조 9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여기다 면세유를 빼돌리다 적발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는 점도 정부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소득공제율 축소 등 증세정책을 펴다 곤욕을 치른 만큼 세금 확대나 세율 인상보다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조세감면제도를 축소해 세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재 면세유 문제는 여러 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정부 또한 연장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 이대로 일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 세수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면세제도를 영구화 하거나 연장기한을 대폭 늘릴 가능성은 낮다. 추후에도 계속 연장되리라는 보장 또한 없는 상황이다.
수협 관계자는 “어선 출어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이르러, 자칫 면세혜택이 폐지될 경우 어업 기반 자체가 붕괴된다”며 “정치권이 농어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면서 매번 일몰시한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면세유류 혜택을) 영구적으로 제도화 해 안정된 기반에서 농어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