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5.10.24 11:18:28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 2021년 시장 보궐선거 당시 의혹을 제기해 온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3일 국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오 시장을 강력하게 비난했으나 오 시장은 다음 달 8일 특검에서의 대질신문을 이유로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명씨는 거짓말에 굉장히 능한 사람으로 전혀 도움받은 것이 없다”고 일축해 눈길을 끌었다.
명씨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질의에 “특검에서 연락이 와서 오세훈 시장과 11월 8일 10시에 특검에서 대질을 한다”며 “대질신문을 하기 때문에 의원님들께 양해를 구한다. 오늘 이야기를 다 하면 대질신문 때 다 맞춰서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명씨는 “(제가) 교도소에 구속돼 있었는데 오 시장이 저를 고발했다. 저는 지금도 오 시장이나 홍준표 전 시장을 고발한 게 한 개도 없다”며 “같이 일을 하면서 도왔는데 쫀쫀하게 고발을 했다”고 오 시장을 저격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리고 명씨는 “황금폰 포렌식을 하는데 오 시장 관련 내용들이 다 나온다”며 “오 시장이 저를 ‘두번 만났다, 내쫓았다’하는데 다 거짓말이다. 모두 7번 만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명씨 발언에 오 시장은 “(다음 달 8일 특검의 대질신문 관계로) 답변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히면서 “지난 5월에 검찰에 대질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성사 안돼 이번에 특검에서 받아들여졌다”면서 “제가 대질신문에서 밝히고 싶은 것들이 많다. 여기에서 (나의) 밑천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씨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오 시장과의 만남에 관한 질의에 “김무성 전 대표가 여의도에서 주최한 자리에 갔을 때, 김영선 전 의원이 오 시장을 소개하려고 해 ‘얼굴이 배신·배반형이라 안 만나겠다’고 도망을 갔다”면서 “이후 제가 반기문 총장님을 뵈었는데 김영선 의원이 오 시장을 만날 것을 거듭 독려해 광진구 구의동 쪽 중국집에서 12월 9일에 오 시장을 만났다”고 답했다.
그리고 명씨는 오 시장의 후원회장이었던 김한정씨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한 질의에 “사실”이라고 답하면서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지시해 김한정씨가 3300만원가량을 대신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오 시장을 만난 장소와 시간 말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명씨는 "(2021년) 1월20일 송셰프라는 곳에서 만나 40~50분간 대화했다"며 "(1월) 22일 장복터널을 넘어가는데 (오 시장에게) 전화가 왔다. 23일에 서울의 오 시장 사무실, 27일에 청국장집, 30일에 장어집에서 만났다"고 덧붙였다.
특히 같은 당 윤건영 의원이 “지난 (1월) 22일 당시 오 시장이 (전화로) 울면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내부경선에서) ‘회장님 나경원이 이기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온다고 하는데 큰일 났다.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게 맞느냐”며 “‘나경원 의원이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으니 당신이 이기는 것으로 하나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느냐?”고 질의하자 명씨는 이에 긍정했다.
또한 윤 의원이 명씨에게 “지난해 국감에서 오 시장에게 ‘명 씨 앞에서 운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오 시장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면서 “진짜 오 시장이 운 적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명씨는 “있다. 송셰프에서도 그랬다. 질질 짰다”고 대답했다.
오 시장은 이러한 명씨 발언에 대해 말을 줄이는 대신 명씨에 대해 “거짓말에 굉장히 능한 사람으로 도움받은 것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으며, 명 씨가 “오 시장으로부터 아파트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하자 헛웃음을 짖기도 했다.
또한 명씨는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미래한국연구소를 사실상 본인이 운영한 게 아니냐”고 질문하자 “남의 회사를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은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당초 명씨와 오 시장과의 대면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처럼 두 사람이 특검의 대질신문을 앞두고 국감 질의에 답변을 자제하면서 상호 발언이 험악하게 오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 시장은 명씨가 퇴장한 국감 말미에는 태도를 바꿔 “명씨가 본인도 모르게 여러 차례 김종인, 지상욱 쪽으로 (돈이) 갔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되면 김한정이란 사람이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저로서는 법률적으로 큰 소득”이라고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오 시장은 “일정 시점 이후에는 명씨가 저희 캠프에 발도 못 들였다. 대부분 스토킹한 것”이라며 “선거 일정이 공개되면 김영선을 대동하고 불쑥 나타나 갑자기 (뭔가를) 들이밀고, 요청하고, 뭘 하라 말라 하다가 쫓겨나간 과정에 대해 증인들이 있고, 입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사기죄 피의자를 국감에 끌어들여 정치 국감으로 변질된 점은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진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고, 그 이후에 혹시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그에 의해 다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