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곳에는 여행을 떠나는 인파들의 흔한 캐리어나 항공사 승무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공항을 상징하는 항공기 이착륙 전광판, 공항 라운지, 수하물 찾는 곳, 면세점 등 이미지로만 현장을 접했던 이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는 상투적인 설치물들이 함께한다.
여기에 현금지급기 ‘모던 모세’ 나 휴게시설 ‘뒤집힌 바’, ‘화이트 메이드’, ‘오래된 시계, 5번’, ‘생일’ 등 전 세계 공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편의시설을 추가해 현실성을 더했다.
도심 속 공항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콘셉트 공간은 듀오 작가 '엘름그린 & 드라그셋'이 7월 23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갖는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 '천 개의 플라토 공항'의 풍경이다.
그동안 현실과 경계에 위치했던 작가들의 여러 ‘상황적 공간’에서 관객은 손님인지 불청객인지 불분명한 입장에서 전시공간에 개입했다.
하지만 여행의 모티브와 연결된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엘름그린 & 드라그셋이 제안하는 미지의 시간 여행에 초대된다.
특히 플라토 입구 천장에 매달린 이착륙 정보를 제공하는 전광판에는 이상향인 엘도라도(남아메리카의 아마존 강변에 있다고 상상된 황금 도시)나 역사에서 사라진 카르타고(기원전 9세기에 건국된 로마 제국의 가장 유명한 유적 가운데 하나), 상상의 도시 라캉처럼 도착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수천 가지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목적지로 제시된다.
공항은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오는 공간으로서 기다림이 존재하는 곳이다. 또한 이동을 위한 속도 앞에 잠시 머물러 있는 복합 공간이다.
가상의 공항 로비인 미술관 입구에 도착한 관람객은 영토의 안과 밖, 출발과 도착의 경계 지점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고 머무르지 않는 통과지역에서 부유하는 스스로를 찾게 된다.
도시 한복판 공항에서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소외감과 외로움의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제안하는 전시는 우회로를 통해 세상의 기만이나 소외와 대면하도록 관람객을 이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