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대서양 바닷가에서 본 일출에 매료돼 지금껏 태양을 작품의 주요 오브제로 삼고 작업을 펼치는 재미작가 최분자(63)의 작품들이다.
최 작가가 11년 만에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7월 15일부터 회고전을 진행한다. 미국 뉴저지 주 인근 허드슨 강에서 매료된 태양과 벚꽃을 그린 작품 20여점이 함께한다.
최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관객은 서양화 작가의 화려한 붓놀림이 캔버스에 올려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정도로 색채의 강렬함이 눈을 홀린다.
하지만 이 작업의 본질 격인 밑바탕은 동양화 붓으로 먹을 찍어 그려낸 한지를 캔버스에 배접하는 최분자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완성 방식이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작품을 뚫어지게 보게 된다.
최분자 작가는 "제 작업에 스케치는 없습니다. 붓을 잡고 손이 가는대로 그린 것들입니다. 동양화의 느낌을 서양화의 상징인 캔버스에서 느끼게 하는 작품들로, 붓을 놓을 때까지 마음에 안 들면 계속 수정을 하는 마력이 생기게 되는 것"같다고 설명한다.
초기 작업에는 먹과 화선지를 배접해 흑백으로 그렸지만 1984년부터 화선지에 먹을 입힌 다음 캔버스에 배접 하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동양과 서양의 화합을 보여준다.
오랜 만에 한국에서 갖는 전시를 위해 선화랑을 방문한 최 작가는 "제 그림에 주제가 태양이 된 것은 해가 바다 위에 뜰 때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 같았습니다. 검은 하늘에서 점으로 시작한 빛이 점점 커지며 이글거리는 태양의 모습을 드러낼 때의 그 기분은 황홀경을 맛보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 작품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 한 작품들은 최분자 작가가 40여년 화업에서 놓지 않고 이어가는 주요한 주제이다.
정물화를 그린 것 같은 화면은 자연스런 붓놀림에 의해 점처럼 묻힌 물감의 궤적을 따라 춤을 추듯 관람객의 시선을 잡게 된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