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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조용한 반란'… '면세점 지도' 바뀐다

HDC신라·한화 면세사업 ‘황금티켓’ 획득…업계 판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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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7.13 18:22:00

▲유통공룡들이 총출동해 사활을 걸고 벌인 대기업 몫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전쟁’에서 HDC신라면세점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승리했다. 사진은 HDC신라의 면세사업 예정 부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위)과 한화갤러리아의 예정 부지 여의도 63빌딩 전경. (사진제공=연합뉴스)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이하 신라)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가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입찰경쟁에서 특허권을 거머쥐면서 면세점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들 기업 주가는 지난 10일 신규사업자 발표날에 이어 13일에도 치솟는 등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면세업계 2위 신라와 후발 주자 한화의 새 면세점이 조만간 문을 열게 되면 롯데면세점이 주도하고 있던 면세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CNB=허주열 기자)

사업권 거머쥔 신라·한화갤러리아 주가급등
롯데면세점 주도 기존 면세시장 지각변동
정보유출 논란 불구 탈락기업 9월 재입찰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영종도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 3곳과 제주 1곳 등 신규면세점 4곳을 운영할 신규 사업자를 발표했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지역 대기업 몫 2곳의 주인공은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다. 중소·중견기업 몫 1곳은 하나투어가 주도한 SM면세점이 차지했다. 제주지역 신규 특허권은 제주관광공사에게 주어졌다. 

이들 사업자는 6개월 이내에 매장 시설과 인력, 전산시스템을 갖춘 뒤 관세청으로부터 특허장을 배부 받아 면세점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와 같은 선정 배경에 대해 이돈현(관세청 차장) 특허심사위원장은 “면세점 관리운영 능력, 경제활성화 기여도 등 다섯 가지 평가 기준에 충실하게 평가했다”며 “정확한 실사와 공정한 심사 과정을 통해 면세점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인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호텔신라 부사장은 “면세점을 통해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는 장기 로드맵과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63빌딩과 한강·여의도 지역의 새로운 관광 자원을 개발해 서울의 새로운 관광명소를 조성하겠다는 비전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번 입찰 결과는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던 면세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호텔롯데 60.5%, 호텔신라 26.5%, 동화면세점 6.7%, 워커힐 면세점 6.3%순이다.

국내 전체 면세시장점유율도 롯데(50.7%)와 신라(30.7%)가 양분하고 있다.

특히 신라가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보유해 실제 점유율은 더 높은 상황에서 이번에 신규 면세점 특허권까지 취득하며 면세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롯데의 아성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다른 경쟁자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던 한화는 2013년 제주공항 면세점에 처음 진출한 이후 2년 만에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까지 취득하며 면세사업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한화그룹 차원에서 여러 분야로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입찰을 계기로 면세사업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화면세점 지분과 HDC신라 지분까지 합치면 신라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롯데는 올 연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면세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점유율이 줄었으면 줄었지 더 늘어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현대산업개발, 호텔신라, 한화 본사.

일각에서는 유통공룡들이 사활을 걸고 입찰에 참여했던 만큼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관세청이 합작법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단일법인은 주요 평가 항목이었던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을 평가할 대상이 명확하지만, HDC신라와 같은 합작법인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합작법인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화와 관련해서도 결과 발표 당일 주가 급등에 따른 사전 정보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전 유가증권시장이 열리자마자 그간 특별히 거론되지 않던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는 상한가를 거듭하며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올라 7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13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0만원을 돌파했다. 호텔신라도 발표 직후 2거래일 연속 급등해 11.28%나 올랐다.

이날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 것이 증시 마감 두 시간 뒤인 오후 5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가에서는 미리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이돈현 특허심사위원장은 “외부와의 정보가 차단돼 주가가 어떻게 됐는지 몰랐다”며 “결과를 어느 정도 입수한 게 당일 오후 3시 정도여서 주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신 기업들은 대놓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9월 대기업이 운영 중인 면세점 4곳에 대한 재입찰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면세점이 오는 11월,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소공·롯데월드점 그리고 신세계가 운영하는 부산면세점이 오는 12월 특허기간이 만료돼 이들에 대한 일괄 재입찰이 9월부터 시작된다.

이들 기업들은 자칫 잘못하면 기존 면세점마저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평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입을 열기보다 노심초사하며 수정전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탈락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새로운 면세점 입찰이 두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이번 입찰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기 어렵다”며 “탈락한 다른 기업들도 이번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다음 면세점 입찰 준비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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