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에는 30년 넘게 명상이라는 주제로 작업해온 중견작가 박영하와 상상을 바탕으로 한 젊은 감각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박제경 작가의 작품 10여점이 함께한다.
박영하(62) 작가는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아들로, 1980년대부터 모노크롬 추상회화의 맥을 이어오며 명상을 바탕으로 한 감성회화를 만들어온 작가다.
회색, 흰색, 갈색, 보라 등의 한 톤 다운된 모노톤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데, 서양적인 구성아래 한국적 색상들이 어울려 오묘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부여한다.
그는 모든 작품의 제목을 '내일의 너'라고 붙인다. 관람객이 화면에 담긴 의미를 자유자재로 상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작가의 의도이다.
모든 개체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어서 본질의 영역에서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레이스에서 조형미를 찾는 박제경(36) 작가는 'U-Topos'(유-토포스) 연작을 선보인다.
레이스는 서양식 수예 편물의 하나로 실을 코바늘로 떠서 여러 가지 구멍으로 무늬를 만드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일반 옷감과 다르게 '시스루(see-through)'를 가능케 하는 직조이기도 하다.
"몸, 혹은 살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서 사이사이로 신체가 비춰 보일 듯 말 듯 보는 사람을 관능의 세계로 유인하는데, 관능의 유혹, 이러한 열림과 닫힘은 동시에 이중성으로 다가와 복합적인 이미지의 나를 표현하는데 더 없이 좋은 매개체라고 할 수 있죠"
작가는 레이스로 된 덩어리를 레이스 자체로 실체임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 실체적인 덩어리가 해체되어 기화(氣化)되는 모습을 만들어 동시에 비실체적인 이미지임을 보여준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