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기자 |
2015.06.19 09:20:55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막 올린 임단협, 올해도 험로 예고
노조 ‘경영개입 카드’ 여전히 고수
하청업체·지역상공인 깊어지는 한숨
양사의 올해 임단협 핵심 쟁점은 통상임금과 노조의 경영 간섭 논란으로 요약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일 윤갑한 현대차 사장과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임단협에 돌입했다.
하지만 노사는 시작부터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험로를 예고했다.
노조 측의 요구는 ▲임금 15만9900원 인상(기본급 대비 7.84%) ▲당기순이익(2014년)의 30% 성과급 지급 ▲주간 2교대제 근무시간 8시간+8시간으로 단축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국내공장 신설과 증설 검토와 국내 및 전체 생산량(해외공장 포함)에 노사 합의 등 50여개다.
이에 대해 사측은 교섭 전부터 ‘국내외 공장 생산량 노사합의안’ 대목을 놓고 “회사 경영권 침해 사안이기 때문에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고 노조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국내 공장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직결된 문제라고 판단, 향후 교섭과정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본교섭 과정에서 경영권 간섭 논란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인 통상임금의 경우 일단 임단협 테이블이 아닌 다른 논의 기구(노사 임금체계개선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지만, 임단협으로 공이 다시 넘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사가 당초 지난 3월말까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큰 폭의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사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엔저 장기화에 따른 해외 경쟁력 감소, 국내 점유율 축소 등으로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 상승은 경영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의 연간 급여 총액은 2010년 4조4975억원, 2011년 5조1017억원, 2012년 5조6440억원, 2013년 5조9680억원, 2014년 6조2895억원으로 5년 만에 임금으로 지출된 비용이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도 2010년 8000만원에서 2011년 8900만원, 2012년과 2013년 9400만원, 지난해에는 9700만원으로 5년 새 1700만원 올랐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10년 12.2%에서 지난해 14.6%까지 올랐다. 여기에 노조가 요구하는 만큼 임금을 인상할 경우 현대차의 인건비 비중은 1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통상임금이 적용되지 않은 기준이기 때문에 통상임금 확대 적용 여부에 따라 인건비 부담은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엔저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일본 도요타, 닛산 등 경쟁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9%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높은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이렇게 되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거나 고객 서비스, 협력 업체 지원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본사를 해외에 두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지난 5년간 임금이 꾸준한 것과 반비례해 연구비가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노조가 또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는 4만2293만대의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9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국내외 실적 부진에 주가하락(연초 대비 20%↓)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노조 집행부가 최근 다소 유여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달 22일 노사는 신형 투싼 등 인기차종에 대한 공장간 물량 조정을 이례적으로 1개월 만에 합의했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9일 임단협 교섭장에서 “회사가 처한 위기상황에 대해 공감하며, 노사가 함께 극복하자”며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사측과 힘을 합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임단협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측이 예전에 없었던 조기퇴근과 근무지이탈 등 갖가지 핑계로 무더기 징계를 하며 현장탄압을 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임단협 마무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23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2015 임투 승리 출정식’에 노조원들이 운집해 있는 모습.
위기의 현대중, 봄날 멀었나
현대중공업은 노사갈등이 또 다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현대중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지난 4월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상견례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은 일반직과 생산직 노조가 별개로 존재하는데, 사측이 두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하겠다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분리교섭’을 신청하면서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사측은 부산지노위의 판단 결과를 보고 나서 이후 교섭 일정에 대해 노조 측과 협의할 방침이라는 입장이서 양측의 상견례가 이달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본교섭이 시작되더라도 예고된 난관이 적지 않다. 특히 통상임금이 첨예한 이슈다. 노조 측은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1심 판결 반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노조가 사측에 전달한 ▲임금 12만7560원 인상(기본급 대비 6.77%, 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 성과금 250% 이상 보장 ▲노후연금제도 시행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임금·직급체계 및 근무형태 개선 노사 공동위원회 구성 및 내년 6월 1일부터 시행 ▲성과연봉제 폐지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처우개선 등의 임단협 요구안에도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다.
특히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연봉제 폐지’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등에 대해 경영에 대한 사항이라며 교섭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여사원 희망퇴직 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권오갑 사장 등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응해 사측이 정병모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 6명을 임금투쟁 출정식 과정에서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협상 전부터 노사 갈등이 불거지자 현대중 안팎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장기 협상과 파업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현대중은 지난해 5월 시작한 임단협을 올 2월에야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4차례 부분파업을 실시하면서 강경 대응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협상이 지지부진 할 경우 파업 등의 분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중 임직원 모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할 시기에 노사 갈등까지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현대중은 현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201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무려 3조249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게다가 글로벌 1위 조선업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조선 수주 잔량에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부터 노동자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초 정기평가를 통해 “현대중의 실적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며 현대중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은 지난해 노조가 20년 만에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올해도 임금협상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반전시킬 뚜렷한 돌파구나 성과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화의 바람도 감지되고 있다. 권오갑 사장이 지난 1일 담화문을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 전면 중단’ 등을 선언하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중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의 담화문이 나온 이후 노조의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경영실적도 차츰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