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마이너스원'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과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민석)가 공동 기획해 6월 9일∼8월 23일 진행하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인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이 지은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자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표방한다.
지드래곤의 이름을 걸고 전시를 마련했지만 그의 그림은 걸리지 않는다. 그가 지금까지 컬렉션한 현대미술작품을 놓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낸다.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을 구입해 해외 순회전을 진행한다는 것이 취지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 권오상, 박형근, 마이클 스코긴스, 제임스 클라 등 국내외 미술가 12명이 지드래곤의 미술관 퍼포먼스에 동참한다.
서울시립미술관측은 "서울 시민 중 미술 향유층은 약 15%정도다. 나머지는 미술관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이분들을 미술관으로 이끌기 위해 대중문화 장르와 크로스 오버해 미술계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술관측의 명분어린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에서는 공공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의 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지배적이다.
미술관은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면류관 격으로 누구나 관람은 가능하지만, 아무나 전시를 할 수 없다. 조선시대 돈 많은 중인들이 돈으로 양반을 샀지만, 결국 직위만 얻었을 뿐 양반 고유의 가치는 소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에서 아티스트로 변신을 꾀하는 지드래곤을 위해 철저히 준비된 마케팅전략에 공공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그동안 쌓아왔던 명분을 한 순간에 내버린 것이다. 지드래곤을 위한 무대는 굳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미술관이 아니라도 돈만 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는 전문 공간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미술계 인사들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관람객 유치를 위해서 연예기획사가 기획한 소속연예인 띄우기 이벤트에 마치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협업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미술관에 시민들이 오지 않는 이유는, 김 관장 취임 후 시민들과 동떨어진 어렵고 난해한 전시만을 진행했던 미술관 자체의 문제일 뿐이다. 급감함 관람객 숫자를 올리기 위해 연예인의 이름을 빌려 오는 것은 미술계 수장으로서 책임 회피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홍희 관장은 2014년 예술을 서바이벌의 대상으로 삼은 '아트스타코리아' 우승자를 위한 전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진행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당시 김 관장은 "특정 방송국이 진행한 프로그램의 전시를 하는 것에 대해 찬반양론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취지가 미술관이 지향하는 방향과 같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힌바 있다.
김홍희(67)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임기는 결정권자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2014년 임기 2년이 연장됐고, 내년 1월까지 8개월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