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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르스에서 세월호가 보인다

‘골든타임’ 또 놓친 정부…눈덩이처럼 커지는 ‘국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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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6.02 16:58:35

국내에서 최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인된 이후 13일 만에 사망자(2명)가 발생했다. 또한 메르스 확진 환자는 25명으로 늘었고, 3차 감염자(2명)까지 나오며 격리 관찰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리병동, 의료진 부족 등으로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초기 대응에 실패한 보건당국의 책임이 크다. 보건당국은 스스로도 자인했듯 메르스가 치사율이 40%가 넘는 고위험 전염병인데도 불구하고 “전파력이 낮다”며 초동대처를 안일하게 했다. 

첫 환자 A(68)씨에게 증상이 나타난 뒤 확진 때까지 열흘 동안 격리 없이 방치하며 2차 감염자가 무더기로 양산되는 빌미를 제공했고,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자진해 격리를 요청했던 여성은 ‘매뉴얼’과 맞지 않는다며 돌려보냈다.

심지어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B(44)씨의 경우에는 중국 출장을 떠난 후에야 접촉 사실을 확인, 외교적 분쟁 소지까지 제공했다. 

현재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중국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B씨는 “출국 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진을 요청했지만 당국의 조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당초 메르스가 2m 이내 좁은 공간에서만 침 등이 튀기는 ‘비말 전파’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며 “감염력이 약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씨와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에 있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전파가 되고, 이들에 의한 3차 감염자까지 나오며 정부의 초기 판단이 ‘오판’임이 드러났다.

2차 감염자 관리 단계에서도 구멍을 드러낸 정부가 더 광범위한 확산 가능성을 의미하는 3차 감염 단계까지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제대로 사태를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2차 감염자까지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 지역사회 전파 우려 등으로 나라 전체가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며 생긴 방역 구멍이 점점 커지며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지켜보면 1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가 참사가 된 가장 큰 이유도 배가 침몰하기 전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304명의 국민들을 희생시킨 세월호 사고는 배에 탄 학생으로부터 “배가 기운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께부터 좌현 50도까지 더 기울어졌던 9시 20분까지 구조를 위한 1차 골든타임과 완전히 침몰한 11시 20분까지의 2차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기 때문에 생긴 인위적인 참사라는 평가가 많다.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많기는 하지만,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장의 지시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의 안일한 대처가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키웠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당시 정부를 이끄는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이후 7시간 뒤에서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한 첫 마디가 “왜 구멍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구조하지 못했느냐”였다는 것은 골든타임 구조에 실패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정부는 분명 달라지겠다고 했다. 구조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기구로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일에서 실패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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