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승객을 인천발 홍콩행 여객기에 태우고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아시아나항공과 중국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10시 인천을 출발해 오후 12시 50분 홍콩에 도착한 OZ723편에 탑승했던 A(44)씨가 홍콩에서 버스를 타고 중국 선진으로 이동한 뒤 메르스 의심 증세로 병원에 격리돼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씨는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고, 검체를 베이징으로 보내 최종 판독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메르스에 감염된 아버지(3번째 확진환자)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 누나(4번째 확진환자)와 함께 4시간 정도 머무른 바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국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하루가 지난 27일 밤에서야 A씨가 메르스로 의심된다는 보건당국의 연락받았다.
A씨가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는 한국인 80명과 중국인 73명 등을 포함한 승객 158명,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 6명이 탑승했다. 버스에는 10여명의 승객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보건당국은 이들 탑승객 전원에 대해 추적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메르스 의심환자가 이용한 홍콩공항에서 중국 선전까지 가는 공항버스 탑승객들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인천검역소 등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 협조해 탑승객들에게 연락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에 따라 A씨와 같은 여객기와 버스에 탔던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가 의심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사람에게 감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뒤늦게 보건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며 A씨가 탑승했던 여객기는 같은 날 오후 승객을 싣고 인천으로 돌아왔다가, 27일에는 중국노선에 다시 투입됐다. 승무원들도 홍콩에서 하룻밤을 잔 후 27일 인천행 귀국편에서 한 차례 더 근무했다.
만약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그의 주변에 앉았던 승객들과 담당 승무원도 격리조치 및 검사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별다른 조치 없이 추가비행을 했던 여객기와 승무원들과 접촉했던 승객들도 같은 조치를 받아야 한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될 경우 메르스 검사 대상자가 한 번에 수백명이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9일 CNB와 통화에서 “보건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직후 승무원들과 카운터 직원 등을 근무에서 제외하고 자가 격리 조치를 취했다”며 “여객기도 소독을 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과 협의해 상황에 따라서 최선을 다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치사율이 40%에 달하는 메르스에 감염되면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고 폐렴과 신부전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