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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롯데·신세계 등 유통공룡, 왜 면세점 유치에 사활거나

황금알 낳는 미래 먹거리…오너일가 총출동 신규 특허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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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허주열기자 |  2015.05.08 10:30:59

▲노동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이 내외국인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신청 마감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공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호텔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등 6개 대기업 및 합작법인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각 기업의 유치 전략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것. 백화점, 마트 등 기존 사업이 성장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들이 앞날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면세점 유치 경쟁을 들여다봤다. (CNB=허주열 기자)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합작법인 세워 윈윈 전략 
현대백화점, 모두투어 등 중견기업과 손잡고 가세
신세계,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 앞세워 적극 공세
면세점 업계 1위 호텔롯데, ‘수성’ 아닌 ‘공성’ 선택
한화, 63빌딩의 영광 재현…김승연 회장 진두지휘

관세청은 지난 2월 서울 지역 3곳, 제주 지역 1곳에 신규 면세점을 세우기로 하고, 사업자 신청 공고를 냈다. 신청서 제출은 오는 6월 1일까지, 최종 결정은 7월 중 내려질 전망이다. 공고가 난 곳 중에서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한 곳은 서울 지역 2곳이다. 서울과 제주 각 1곳은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됐다. 

이번 면세점 추가설립은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면세점 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4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쇼핑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중국인 방문객이 600만명 가량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대기업 몫인 2곳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다. 유통공룡들이 앞다퉈 도전장을 내민 만큼, 결과에 따라 면세점 업계 판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유통기업들은 신청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얻기 위해 경쟁사였던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을 잡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세웠다. 사진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CNB 포토뱅크)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다. 이들은 지난달 손을 잡고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세웠다. 또한 용산 아이파크몰을 일찌감치 사업지로 정한 후 사업의 타당성, 향후 발전 가능성 등 관세청 심사위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사업계획서 완성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사였던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며 현대산업개발의 면세점 운영 경험 부족, 호텔신라의 마땅한 사업지가 없다는 점 등의 약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오너들의 열의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직접 도면을 보며 챙길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합작 면세점을 통해 전자상가 등 용산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 KTX 호남선이 지나는 입지 특성을 살려 호남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아이템들을 내놓을 정도로 면세점 유치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합작법인을 통해 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재 여행사 모두투어의 참여가 결정됐고, 다른 중견기업들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합작법인에 모두투어를 포함해 3~4곳 이상의 중견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이 합작법인 형태로 유치전에 뛰어드는 것은 면세점 허가 심사 기준인 중소기업과의 상생 점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중견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면세점 운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쟁탈전에 뛰어든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 후보지로 선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사진=현대백화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강남지역 최대 규모 고품격 면세점’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유치에 성공할 경우에는 삼성동 무역센터점이 면세점 설치 장소가 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운영 노하우를 살려 면세점 품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리겠다”며 “코엑스 단지는 지난해 12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데다 컨벤션 센터와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갖춰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해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세계의 면세사업은 지금까지 신세계 조선호텔 면세사업부가 맡아왔으나 성장 잠재성이 큰 면세사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전문화해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는 독립 법인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신세계 측은 “독립법인으로 하면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 사업 속도를 더 빨리 낼 수 있고 그룹 차원의 재무적, 인적지원을 강화할 수 있어 면세사업의 전문적 운영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입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명동)과 강남점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최종 입지는 경쟁업체의 입지 선정을 지켜본 뒤 이달 말께 정할 계획이다.

▲신세계가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면세점 입지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진=연합뉴스)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2개(롯데·신라) 회사가 면세점 시장의 85%를 독점할 수 있도록 놔뒀지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라도 이제 3~4개 정도를 키워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 시내 면세점을 꼭 따서 우리나라 면세사업을 성장시킬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통 전문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면세점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서울 면세점을 ‘중소기업 명품 인큐베이터’와 ‘고품격 프리미엄 상품·서비스’로 특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말 63빌딩을 사업후보지로 정하고 지난해 제주국제공항에 임시매장을 오픈하고 흑자를 낸 실적과 경험, 갤러리아 백화점 운영 노하우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오너의 경영 기조에 따라 시내 면세점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행해 도전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네트웍스는 서울 서북 지역인 신촌·홍대와 SK 소유 건물들이 있는 종로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오는 11월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이번 신규 특허 취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화갤러리아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을 서울지역 면세점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이처럼 경쟁사들이 일제히 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들자 그동안 독점 논란을 의식해 머뭇거리던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호텔롯데는 오는 12월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가 만료되는 만큼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고 판단하고 전력을 다해 유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김해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면세점이 철수했고, 올해 말에도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가 만료된다”며 “방어적 차원에서 (유치전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입찰에서 떨어진 기업들은 12월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심사를 노리지 않겠느냐”며 “35년 면세점 사업을 시작해 한진, 애경 등이 사업 철수를 할 때에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았는데 이 매장들을 잃게 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 세 곳의 연매출이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두 곳을 한꺼번에 뺏길 경우 호텔롯데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12월 재심사에서도 대기업들의 대거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불투명한 수성보다 공성을 택했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사업권이 만료되면 새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즉, 6월의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은 11~12월에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사들이 대거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유치전에 뛰어들자 그간 독점 논란을 의식해 머뭇거리던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사진은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되는 소공동 본점. (사진=롯데백화점)

이처럼 유통공룡들이 시내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내수침체로 백화점과 마트가 성장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면세점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높은 임차료 부담에 허덕이는 공항 면세점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면세점의 매출액은 약 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2.2% 늘었다. 전체 면세점 매출액 증가율(22%)보다 1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데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유통공룡들 간 면세점 유치 경쟁은 향후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신청 기업들의 ▲관리 역량(250점) ▲지속 가능성, 재무건정성 등 경영 능력(300점)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위한 공헌도(1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앞으로 5년 간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CNB=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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