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가 폐지된 지 4년이 지나도록 권장소비자가격(이하 권소가) 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는 가격을 표시한 제품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이는 대형마트 등 판매자의 할인율 뻥튀기에 소비자가 농락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의 가격표기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조사대상인 빙그레, 롯데삼강, 롯데제과, 해태제과의 31개 제품 중 가격표시가 된 제품은 해태제과 탱크보이 달랑 1개에 불과했던 것.
이 같은 가격 미표기는 아이스크림 반값 논란을 부르는 주범이다. 할인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반값 세일’ 홍보에 소비자는 “진짜 반값일까?”라고 의심하면서도 가격비교를 할 길이 없어 진짜 가격을 모르고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2011년 7월 최종 판매자가 실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토록 해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오픈 프라이스를 1년 만에 폐지하며 예전과 같이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대신 가격표기를 식품업체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가격표기를 식품업체가 굳이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오픈 프라이스 폐지 당시 주무부서(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권소가를 다시 표기하겠다고 공언했던 식품업체들은 지금까지 “권장 사항일 뿐이어서 문제될 것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결국 강제되지 않는 가격표기 제도가 수년째 이어지며 가격 비교를 할 수 없게 된 소비자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식품업체의 자율에 맡겨서는 이러한 혼란이 해소되지 않는 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만큼 2010년 이전처럼 권소가 표기를 의무화하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현 정부는 규제를 타파해야할 암 덩어리로 규정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는 것을 아이스크림 가격 혼란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