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 오빠 광해군은 탁월한 외교 정책을 펴고 대동법을 시행한 현군(賢君)일까. 아니면 어머니인 인목대비를 폐하고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인 혼군(昏君)일까. 정명공주의 ‘빛나는 다스림’을 통해 17세기 조선을 다시 비춰본다.
‘화정’은 어느 한쪽으로만 보려는 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당대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본다. 광해군이란 프리즘만으로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시각의 사각지대에 빠진다.
‘화정’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광해군의 이복 여동생인 정명공주를 통해 다시 비추어 본다.
정명공주는 선조 대에서 숙종 대까지 당시로는 드물게 83세까지 장수했다. 정명공주의 삶은 격랑이 휘몰아친 17세기의 단면도다. 임진왜란 직후에 태어난 정명공조는 조선 역사의 5분의 1을 경험했다. 정치 투쟁의 비열함을 온몸으로 느꼈고 죽음에서 부활하다시피 살아왔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갈등 관계에 놓인다. 인간은 오해와 편견 덩어리다. 세상사는 갈등 그 자체다. ‘화정’은 이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공생 코드인 ‘관용, 친절, 배려’에 관한 책이다.
정명공주가 서궁 유폐 시절에 남긴 글씨 ‘화정’은 조선의 역사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 ‘화정(華政)’에서 화(華)는 꽃 혹은 빛을 의미하고, 정(政)은 다스림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화정은 ‘화려한 정치’ 혹은 ‘빛나는 다스림’으로 볼 수 있다. ‘화려한 정치’에는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빛나는 다스림’에는 자기 수양과 애민의 의미가 녹아 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정치 기술의 키워드 ‘화정’으로 당시 조선의 정치사를 풀어냈다. ‘화정’은 처세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정명공주는 냉엄한 정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빛나게 다스리는 길을 선택했다. 이 책을 통해 반목과 갈등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공생하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지은이 박찬영 △펴낸곳 리베르 △320쪽 △정가 15500원.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