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환 사장 잇단 가격파괴 승부수
이마트·롯데마트 덩달아 ‘부화뇌동’
공정위, ‘공급가 후려치기’ 의혹 조사
홈플러스 “판매가 변동 협력사가 오해”
홈플러스가 8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9일부터 1950개 생필품을 연중 내내 시세보다 10~30%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간담회에서 “이번 생필품 상시 할인을 위해 연간 400억원의 자체 마진을 투자할 것”이라며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늘면 200개 중소 협력회사 매출이 기존 대비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소비자 수요가 많은 500개 신선식품을 연중 10∼30% 할인한다고 발표했다. 한달 새 홈플러스가 특정 세일 기간을 두지 않고 연중 할인하는 제품이 2450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할인품목 확대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홈플러스의 1분기 매출은 -0.9%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도 -3%를 기록했다. 그나마 업계 1위 이마트가 0.8% 성장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무리한 할인행사에 따른 뒷말도 무성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는 지난 1일부터 홈플러스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조사는 “홈플러스가 협력업체에 마진 축소 압력을 행사했다”는 제보에 따른 것이다. 홈플러스가 할인판매로 낮아진 마진을 공급가 후려치기로 만회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도성환 사장은 간담회에서 “상시 할인 품목에 대해서는 홈플러스가 가격 할인을 지원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행해 오던 일주일 단위 세일 행사는 홈플러스와 협력사가 할인 가격을 반반씩 지원하는 식으로 별도로 이뤄진다”며 “두 종류의 가격 할인이 진행되다 보니 일부 협력사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플러스는 내부 제품을 이용한 소비자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자 금품을 주는 식으로 입막음을 시도했다가,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주부 A씨는 지난달 9살 된 딸과 함께 홈플러스에서 파는 즉석 전기구이 통닭을 사서 먹었다가 일주일가량 복통을 앓았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당초 닭고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치료비 등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가 A씨가 보건당국에 신고한 것을 알고 “보상금은 물론 치료비도 못 준다”고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문제의 닭고기를 폐기 처분해 관할 구청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애먼 데로 번지는 불똥
홈플러스의 ‘가격 전쟁’에서 비롯된 불똥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에 대해서도 할인광고 등을 통해 소비자를 속인 사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는 전날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방문해 표기·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지난달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자 대형마트 업계에는 ‘더 싸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업체들은 서로 경쟁사의 할인 정보가 담긴 홍보 전단지를 미리 입수한 뒤 ‘최저가’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밤새 여러 차례 가격을 조정할 만큼 치열한 눈치작전까지 벌였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부 품목에 대한 실제 인하 폭은 당초 홈플러스가 공언한 10~30%보다 더 커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홈플러스의 할인 공세에 경쟁사들이 맞불을 놓으며 추가로 가격이 더 내려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상시 할인 행사제품 확대에 경쟁사들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이라며 “무리한 짜내기식 가격 낮추기의 폐해가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