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12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건 담당판사인 오성우 부장판사가 직접 조 전 부사장이 작성한 반성문을 낭독했다. 형사사건에서 판사가 직접 피의자의 반성문을 읽는 것은 이례적이다. 

오 판사는 공판에 앞서 조 전 부사장이 선고 전 5일간에 걸쳐 제출한 6통의 반성문 중 주요 부분을 읽었다.

반성문에는 “모두 제가 한 일이고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모든 것은 제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그렇게 행동한 것인데 왜 화가 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변명도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구치소에 입소한 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배려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제게는 그것이 많이 부족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죄송하다. 피해자의 상처가 가급적 빨리 낫기를 소망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오 판사는 이날 반성문을 전격 공개함으로써 조 전 부사장의 재판에 쏠린 많은 의혹과 법원의 봐주기 논란을 일축했다.  

당초 조 전 부사장의 1심 선거공판을 앞두고 집행유예로 풀려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성문을 공개하면서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태도는 ‘재벌 선처’라는 의혹을 피함과 동시에 조 전 부사장의 입장 또한 고려한 ‘두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을 향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으로 사회적 (비난)여론이 큰 만큼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질타하면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공개, ‘가벼운 처벌’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비껴갈 수 있었다. 반성문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1년 징역이 선고됐을 경우 성난 민심으로부터 ‘재벌 봐주기’라는 비난을 받을 여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13일 조 전 부사장이 항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1심 재판부의 판단이 항소심 재판에서 바뀔지 여부는 미지수다. 증거실증주의와 사실심, 법리판단에 근거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1심 때와 같은 태도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도 밝혔듯이 초범인데다,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여론의 질타로 심적인 고통이 큰 점, 20개월된 쌍둥이 아기의 엄마라는 점 등은 정상참작을 기대해 볼만한 대목이다.

(CNB=허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