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11일 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강원도의 경우 전체 101곳 조합 가운데 대의원 간접 투표로 조합장을 뽑는 춘천원예농협과 원주원예농협 2곳을 제외한 지역농협 63곳과 산림조합 13곳, 축협 10곳, 수협 7곳, 원예조합 4곳, 양돈조합과 인삼조합 각각 1곳씩 등 모두 99곳에서 직접 선거로 새 조합장을 선출한다.
지난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과거 조합별로 치러지던 조합장 선거와 달리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된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합장 선출이 도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농협 조합장을 중심으로 5회에 걸쳐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조합장선거는 어떻게 치러지나
② 공명선거 추진을 위한 지도감독 방안
③ 강원도와 농촌, 그리고 조합장 선거
④ 지역경제를 살린 지역농협 우수 사례
⑤ 조합장 후보가 꼭 챙겨야 할 선거 공약
강원도는 올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실현을 위해 건강한 농업인을 육성하고 행복한 농촌만들기와 고소득 농업, 히트상품 농산물, 고품질 축산물을 생산하는 농정을 추진키로 했다.
총 221개 사업에 5493억원을 투자해 미래성장을 견인할 공격적 농식품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후계농업인 육성과 여성농업인 복지향상으로 강원도형 농촌지킴이를 키우고 부족한 농업인력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또 지역자원을 활용한 농촌활성화와 농축산물 경쟁력을 높여 소득안정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 역시 도내 18개 시군농정지원단장과 지역농협 경제상무를 대상으로 한 경제사업 상생협력을 추진해 농축산물 판매를 확대하고 미래에 대비한 신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등 경제사업 성장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도와 강원농협, 지역 조합의 공통된 목표는 도민과 조합원의 경제력 상승과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이들 각 기관 간 협력을 통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한 사례는 적지 않다.
횡성 서원농협은 직거래를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지역 농산물의 가치 제고를 위한 가공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내고 있다.
서원농협은 대도시에 16개의 직거래 장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한우 등 연간 50여억원의 농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또 지역의 잡곡류와 엽채류를 중심으로 선식, 기름, 장류, 나물류 등 웰빙 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1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16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가공공장의 경우 주산품목인 콩을 가공하는 장류공장에서 출발했으나 된장과 간장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재고가 쌓이자 참기름, 선식, 곡분, 나물사업 등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전통식품 부문에 진출해 성과를 낸 것이다.
현재 연중 가동되는 다품목 생산체제로 운영해 3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농촌형 사회적 기업의 모형이 되고 있다.
횡성축산업협동조합은 한우 비선호부위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구이용 발효소스를 개발했다. 비선호부위의 판매를 촉진하고 구이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유용 균주가 첨가된 간장을 주원료로 한 구이용 소스를 개발한 것이다.
이는 횡성축협한우의 경우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이 적은 1등급을 구이용으로 사용하면서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춘천농협은 지난해 7월 춘천 동내면 학곡리에 학곡지점 로컬푸드 직매장을 개설해 4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북농협도 지난해 7월 신북읍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현재 매출이 증가하고 고객이 늘어 확장을 검토 중이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다음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재배농가 또한 유통 단계가 줄면서 제 값을 받을 수 있어 소득이 오르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서원농협 손호봉 공장장은 "소비자의 기호변화에 대응한 신사업으로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발맞춰 선식 가공사업에 진출해 검은 미숫가루 선식 등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다"면서 "선식사업 진출로 많은 조합원이 재배하고 있는 잡곡의 판로를 대하는 동시에 새로운 잡곡 생산을 유도해 조합원의 농외소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농협의 적극적인 투자로 지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유자의 60% 이상이 고흥군에서 생산되고 있다. 명실상부한 유자의 고장인 셈이다. 이처럼 고흥 유자가 유명세를 얻게 된 데는 두원농협유자가공공장의 노력이 있었다.
두원농협은 1993년 자동화 시설을 갖춘 유자가공공장을 준공하고 유자 완제품을 생산했다. 두원농협이 생산한 유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농특산물로 자리를 잡았고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농가소득이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성주 참외의 명성 뒤에는 농협이 있다. 성주 월항농협을 비롯한 성주지역 9개 농협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장장악력을 키웠다. 산지와 농협공판장 6곳 등에서 출하되는 물량은 70%를 넘는다. 산지 거래가격이 서울 공판장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참외를 중심으로 한 산업규모가 1000억원 안팎이다.
웰빙 바람의 인기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고창 복분자의 성공에도 농협이 있다. 한정된 복분자 생과 소비시장을 극복하고 급증하는 생산량을 해결하기 위해 가공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농협 고창군지부와 선운산농협, 심원농협은 고창군과 함께 공동 투자했다. 현재 복분자 차·환 가공공장은 농가에서 생산한 복분자를 수매해 액상추출차와 환 제품을 생산 중이다. 아울러 복분자 음료 제조업체에 1차 가공품인 농축액을 공급하고 있다.
홍천의 한 현직 조합장은 "도내 농촌지역 대부분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활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자체 등 지원이 확대되고 지역사회의 자구노력이 진행된다면 살고 싶은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