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첫 회의에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이 불참했다. ‘친박 대 비박’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친박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친이(친 이명박)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참석했다. 서 최고위원과 이 의원은 평소 회의에 자주 참석하지는 않는다.
지난달 26일 회의에 참석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발탁을 축하한 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구를 오가면서도 매번 회의에 거의 빠지지 않았던 이 최고위원까지 불참했다.
또다른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을동 최고위원은 참석했다. 하지만 친박 핵심 의원들이 불참한 것을 두고 ‘친박 의원들의 보이콧’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선출된 다음날인 3일 김무성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후 복지 논쟁은 본격화 됐다.
친박 핵심 의원들이 빠진 4일 회의에서 비박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의 수정 등을 요구했다.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한 몸”이라면서도 “본격적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유럽과 일본 복지정책을 답습할 것인지,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상해 실현할 것인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최근 연말정산 대란, 건강보험료 부가 체계 개선안의 백지화 논란 등 설익은 정책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정책 추진에 있어 민심을 하늘처럼 받들어 국민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여민동락의 가치가 당과 정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오 의원은 “우리 당은 돌이켜보면 지난 2년 동안 국민의 말을 듣기보다 청와대 말을 너무 들었다”며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고, 다들 그 점을 잘 꿰뚫고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진회의에서 제가 할 말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참석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와 관련해서도 “담뱃세와 연말정산으로 5-6조를 더 거둬들였으면 그것이 증세지, 서민들이 정부에 후원금 준 것이냐”라고 반문한 뒤 “그것을 인정하고 복지부분을 다시 손을 대든지 해야지, ‘증세는 없다’고 이렇게 말하면 나라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철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 발표는 연말정산 폭탄에 이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추락시켰다”며 “원내지도부가 개편됐으니 보건복지부는 이제라도 건보료 개편작업을 재개해서 국민의 부담도 덜어주고 정부의 혼선도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병국 의원 또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공약가계부로 인해 국가재정건전성이 망가지고 있다”며 “노후생활 보장, 무상보육, 무상교육 확대로 재원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공약가계부에 재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는 위기에 처해있다. 당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당과 청와대 모두가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사실 복지서비스는 늘리기는 쉽지만 조정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지금 공무원연금개혁이 복지개혁의 하나인데 이것도 아주 큰 어려움에 처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근본적 문제부터 본격적으로 토론해서 국민적 합의를 이뤄 우리 국가모델을 잘 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날 복지 관련 언급은 하진 않았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을 예상한 친박 의원들이 새 원내지도부 참석 자리에서 반박성 발언을 자제하기 위해 불참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로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을 내정하면서 당 대표를 포함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요직을 모두 비박 의원들이 차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