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통과로 12일 본회의 처리가 기대됐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 수수 금지법 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국회법 조항을 들어 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해당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회부된 지 5일이 지나야 안건을 상정·심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을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상정하지 않고 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앞서 여야는 이날 예정된 정무위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영란법을 의결,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이 위원장의 의지가 강력한데다 법조계 출신 여야 의원도 ‘법리상 무리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힘들게 됐다.
여야는 당초 김영란법이 소위를 통과했을 때 반색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9일 현안브리핑에서 “그간 공직사회에 관행처럼 굳어졌던 부정한 청탁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확립된 것”이라며 “김영란법이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우리 사회가 청렴한 사회로 발돋움할 수 있는 데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고 비선실세는 발도 못 붙이게 하도록 청렴한 사회를 위한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김영란법이 대한민국이 투명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상정 불가 방침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번 회기 내 신속 처리를 촉구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법사위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김영란법을 만들어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였던 만큼 신속하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에서 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소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공직자 본인의 경우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 받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해충돌 방지’ 조항에 대한 쟁점 사항이 남아 있고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직접 대상인 186만여명 외 가족까지 최소 550만명에서 최대 1천800만명이 적용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 실효성에 적잖은 의문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야가 극찬했던 김영란법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