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먹고 사는 직업’을 꼽으라면 변호사와 함께 정치인을 들 수 있다. 정치인들이 자신을 홍보할 때 ‘말’만큼 좋은 것도 없다. 대신 그 한 마디에 호감이 되거나 곤혹을 치를 수도 있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게 되는 것이 정치인들의 말이다.
정치인들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매년 지적 받는 것 중 하나는 ‘막말’ 논란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여당은 야당을 향해 입을 담을 수 없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오르는 일이 적지 않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막말’이냐, ‘맞는 말’이냐 주장이 갈리기도 한다.
때문에 선플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는 지난해부터 ‘국회의원 아름다운 말 선플상 시상식’을 개최하며 정치인들의 언어 자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병철 이사장은 최근 CNB와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책이 아닌 막말만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굉장히 안 좋다”며 “좋은 언어를 써야 국민들도 정치를 불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이사장은 “일년에 24명을 선정해서 4년이면 100여명이 상을 받게 된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언어를 사용해서 모든 의원들이 이 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2014년도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예외가 없었다. 올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된 징계안은 6건(홍문종 설훈 김현 김진태 하태경 의원, 오병윤 전 의원)이다. 홍 의원과 오 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은 막말 논란으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내년에는 막말 논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라며 2014년 한해 정치권 막말 논란을 CNB가 정리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내가 누군지 알아! 나이 먹으면 판단력 흐려져”
설훈 의원은 지난 9월12일 ‘국회의장단 및 국회상임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애’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설 의원은 회의에서 “세월호 문제 왜 안 되나? 수사권을 주자는 데 (청와대가) 반대하고 있다. 왜 수사권 주는 걸 반대하나? 청와대에서 일곱 시간 동안 뭐 했나. 털어 놓고 얘기하겠다.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저급한 소문을 고의적으로 언급했다”며 “설 의원은 허위사실을 폭로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전과가 있음에도, 반성 하지 않고 있다”고 윤리위 회부 이유에서 밝혔다.
설 의원은 10월17일에도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윤종승(자니윤) 상임감사의 사퇴를 촉구하던 중 “사람 나이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79세면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 드느냐”고 말해 ‘노인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설 의원은 이후 대한노인회를 찾았지만 “노인 폄하가 아니다. 제가 뭘 잘못했기에 사과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김현 의원은 9월17일 새벽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 5인과 술자리를 가진 뒤 대리기사에게 폭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윤리위 회부 이유를 통해 “김 의원은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에게 ‘야 너 어디가’, ‘내가 누구인 줄 알아’ 등의 반말 폭언을 했다”며 “또 경찰청을 소관기관이자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으로서 도리어 공정한 수사의 진행을 방해하는 특권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당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김 의원을 대신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김 의원의 상임위를 안행위에서 외교통일위원회로 재배치했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꼼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불복’ 발언으로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한 장하나 의원은 지난 8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을 ‘국가의 원수’라고 표현해 구설에 올랐다.
장 의원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무책임한 대통령. 비겁한 대통령. 국민들을 구조하는데 나서지 않은 대통령. 진상규명에도 나서지 않는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가 맞다”는 글을 게재했다. 통상 ‘국가의 원수’는 ‘국가의 우두머리(元首)’를 뜻한다. 하지만 장 의원의 표현은 원한이 맺힐 정도로 해를 끼친 사람이라는 의미의 원수(怨讐)라는 뜻이 담긴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박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라고 말했다가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한 바 있는 홍익표 의원은 8월25일 페이스북에서 정부여당에 대해 “차마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 최악의 패륜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른바 조중동(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에 대해서도 “(유민아빠 보도와 관련한)기사행태는 히틀러의 나찌(나치)정권이나 북한과 같은 독재권력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쓰레기기사”라고 격분했다.
김경협 의원은 8월26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달라는 요구는 너무 무리한 요구”라며 “어머니의 마음은 직접 자식을 낳고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고 남겨 미혼인 박 대통령 비하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 의원은 자신의 글이 ‘미혼여성, 불임여성’등 비하 논란으로 확산되자 “(대통령에게) 어머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세월호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고 대화를 하라는 것을 강조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