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에는 파독(派獨) 근로자들이 등장한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국가적 빈곤 극복을 위해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다. 이제까지는 이들에 대해 제대로 다룬 영화가 없었다. 때문에 영화 속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모습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독일은 선진국이다. 현 세대 중에는 독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고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파독 근로자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은 이제야 드러나는 분위기다.
영화 속 모습과 지금까지의 기록 및 증언들을 보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상상을 뛰어 넘는 고된 육체노동을 했다. 탄광 일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본연의 간호 업무 외에도 시체를 닦으며 외화를 벌었다.
요즘 세대라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부모와 나아가 정권까지 원망할 법도 한 일들이다. 하지만 26일 서울의 한복판에 모인 파독 근로자들은 오히려 故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파독 51주년 기념 감사 송년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편지를 전달 받은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 대표들이 편지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대한민국이 큰 빚 졌다… 마음 모아 감사”
이날 프레스센터에서는 파독 근로자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50년 만에 부치는 대통령 감사편지’ 행사가 진행됐다.
1963년 12월 21일,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가 독일에 첫 파견됐다. 올해는 파독 51주년으로 대통령이 이들에게 감사편지를 전한 것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46년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대독한 편지를 통해 “독일의 탄광에서, 병원에서 여러분께서 흘리셨던 땀과 눈물은 희망의 밑거름이 됐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갱도에서 누구보다 근면하게 일하셨던 여러분의 모습은 독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각 병원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셨던 간호사들의 모습은 독일 국민들에게 깊은 신뢰를 안겨 줬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의 그러한 헌신적인 모습과 신뢰를 토대로 한국과 독일은 지금까지도 각별한 우정과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며 “우리 대한민국은 여러분께 큰 빚을 지고 있다.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 조국과 가족에 대한 기여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후손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섭 장관은 “파독 근로자 여러분이 우리에게 준 것은 경제적 도움뿐만이 아니었다”며 “손짓발짓으로 하나씩 배운 독일 사회와 경제, 라인강의 기적을 한강의 기적으로 만든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행사를 주최한 한상대 대한민국감사국민위원회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끈기와 인내, 희망과 도전으로 민족 위대한 여정을 이끈 출발점이자 시금석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라며 “앞선 세대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축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에서 차관을 얻어낸 게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이 됐다. 독일이 우리에게 흔쾌히 차관을 준 이유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성실함과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라며 “50년 만에 전하는 감사가 대한민국의 갈등을 씻어내는 축복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고창원 파독산업전사세계총연합회장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에 국빈방문해 손을 잡아주며 반세기 노고를 잊지 않았던 데 이어 이런 감사편지를 전달해줘 고마움을 전한다”고 화답했다.
▲1964년 12월, 독일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사진=KTV 동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