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중인 경제인(기업 총수)들의 가석방 여부를 놓고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까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경제인들의 가석방 여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주장과 ‘또 다른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매번 논란이 돼 왔다.
특히 이번 가석방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재벌들에 대한 반감이 커져 정치권에서는 쉽사리 언급을 꺼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인들을 가석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뜨겁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힘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형을 살고 있는 기업인들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를 지어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나오라는 게 아니라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데 나서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해 가석방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현아 임팩트가 강해 당분간 경제인 사면은 힘들지 않겠느냐”며 “당정간 협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새누리당은 기업인 사면을 요청한 적도 없고, 그런 취지로 협의를 해 본 적도 없다”며 “가석방은 당에서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무부에서 할 일이고, 가석방을 한다고 경제가 활성화될지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표면적으로는 경제인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지만 당 대표 선거에 출마 예정인 박지원 의원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으로 재벌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은 시기에 일부 기업인들에게 가석방이라는 혜택을 준다면 국민 정서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 의원은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면·가석방에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기준 형기를 마쳐 가석방 요건이 되는데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것은 특혜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석방 대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최 회장은 2년 가까이 복역 중이고, 최 부회장은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21개월째 수감 생활 중이다.
형법 제72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뒤 가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들 모두 가석방 대상에 속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가석방이 아닌 특별사면 대상이다.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취임 후 경제인들에 대한 특사를 단행한 적이 없다.
때문에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지난 10월 “김대중정부에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사면을 받았고, 노무현정부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등을 사면해줬다. 사면 이유는 하나같이 ‘경제 살리기’였다”며 기업인들의 역차별을 우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건희 삼성 회장 등에 대한 특사를 실시한 바 있다.
청와대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인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고 한 데 이어 경제인 사면 여부에 대해서도 “사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경제인 가석방과 관련, “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혀 이르면 내년 설 연휴에 가석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