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를 계기로 항공업계에서는 사내 조직 문화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두고 대한항공은 물론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항공업계 전반에 만연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CNB=신상호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상명하복 문화 개선해야”
아시아나 직원들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
“전화위복 계기 삼자” 항공업계 한목소리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면서도 사내 문화 개선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22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한 노조원은 지난 21일 노조 홈페이지에 ‘바로 우리의 대한항공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 상명하복 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위에서 던져주는 변화는, 우리 현장의 동료들이 처한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무언가를 건드리고, 가장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그런 변화일 리 없다”며 “진정한 변화, 즉 아래로부터의 변화 요구를 담아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이고 고여 섞어들어가는 대한항공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건 “노!”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현장의 목소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조직이 바뀌기 바란다면 지금껏 가신들의 충성 경쟁만을 보지 말고 듣기 싫은 쓴 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근거 없이 경영진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항공 직원들의 보편적인 정서”라고 밝혔다.
이밖에 노조 게시판에는 ‘건강한 비판만이 지금의 시련을 딛고 새생명을 만들 거라 생각한다’ ‘조언을 하기 어려운 경직된 분위기를 만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며 내부 조직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종사노조와 달리 그동안 목소리를 아껴온 대한항공노동조합에서도 조심스레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한항공노조는 올해 대한항공의 임단협 협상에서 사내 문화 개선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할 방침이다.
대한항공노조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사내 문화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며 “회사가 이번 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하루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일부에서도 경각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전반에 만연한 경직된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CNB에 “대한항공의 곪은 문제가 터진 것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조직문화 쇄신을 고민해야 한다”며 “경영진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놓고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대한항공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