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3점, 시가총액 12억 1000만 원 상당의 고미술품이 나오는 이번 경매는 그동안 보물 급 유물과 불교용품 등 고미술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 대거 나온다.
경매 물품 중 추정가 7000만∼1억 2000만 원에 나온 겸재 정선(1676∼1759)의 ‘안전소견(眼前所見)'은 겸재가 1732년 국화가 핀 가을밤 자신의 가옥에서 본 풍경을 수묵으로 부채에 그린 작품이다.
달빛아래 흐드러지게 핀 국화와 인가가 드문 깊은 산골의 적막함이 대비되어 당시 겸재 정선의 심경을 느낄 수 있는 명작으로 꼽힌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가옥 한 채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인곡유거도(仁谷幽居圖)’에 나오는 집과 동일하다.
간송미술관 소장 작품이 여름날 풍경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가을 날 밤 풍경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공개된 ‘인곡유거’, ‘인곡정사’보다 제일 이른 시기로, 겸재가 인곡정사에 이사 오고 난 후 그림이라는 점이다.
화제를 통해 이 작품이 그려진 제작연대를 알 수 있고, 현재 공개된 인곡유거도 중 제일 앞선 시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간송미술관 소장품 보다 7∼8년 전에 그려진 이 작품은 선면에 그린 새로운 ‘인곡유거도’인 셈이다.
S자 형 곡선이 돋보이는 고려시대 매병 ‘청자상감운학문매병’(추정가 별도문의)도 나온다. 야무진 목과 아담하게 벌어진 어깨에서 좁은 굽까지 내려오는 유려한 곡선이 일품이다.
또한 흩날리는 듯 한 구름 위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학의 날갯짓 생동감이 있다. 고려시대 매병에 시문된 문양은 13세기 후반부로 갈수록 장식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문양의 수가 늘었지만 이 작품은 넓은 여백을 두고 최소의 문양이 정갈하게 시문된 점으로 보아 12∼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 선종에서 전해지는 자유롭고 호방한 인물을 해학적으로 그린 연담 김명국의 ‘습득도’는 추정가 1억∼1억 5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17세기 절파화풍을 이어나갔던 도화서 화원인 연담 김명국은 체제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던 호방한 인물로 기이한 행적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속 인물의 위 여백에는 ‘살던 집이 어디냐 묻고서 구름 걷히자 푸른 산으로 들어가네’라는 선종의 공안의 한 구절을 암시하는 시가 적혀있어 인물의 묘연한 성격을 부각시킨다.
또 시의 하단부에는 백문방인 ‘취옹’(醉翁)과 주문방인 ‘연담’(蓮潭)이 찍혀있다.
이외에 추사 김정희 ‘묵난도’, 단원 김홍도 ‘해도’, 표함 강세황 ‘초충도’ 등이 출품되는 15회 마이아트옥션 메인경매를 위한 프리뷰 전시는 12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하1층에서 진행된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