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위치한 화본마을의 첫 인상은 그다지 강렬하지는 않다. 경북 북부 지역에 즐비한 한옥마을과 같은 오랜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눈이 번쩍 띌만한 차별화된 자연풍광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여느 농촌마을과 비교해 특별할 것 없는 이 마을이 한해 평균 15만명 내외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는 관광명소라는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화본역에서 출발한 ‘추억담기’
군위의 한 작은 마을이 전국적인 관광단지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된 ‘삼국유사 화본마을 영농조합법인’이라는 마을기업이 있다. 전체 주민이 110여 가구에 250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지만 ‘추억’이라는 작은 아이템을 관광자원으로 성장시킨 큰 일을 한 것이다.
추억이라는 아이템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본역이라는 작은 기차역이다. 1936년에 지어진 작은 시골역사인 화본역은 아담하다. 아담하다는 것 이상의 다른 특징은 찾기 어렵지만 그것이 왠지 친숙하다. 불과 몇 년 전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시골역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정겨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화본역에는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 사용하던, 기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눈에 띈다. 마치 등대라도 되는 양 관광객의 사진포인트가 되고 있다. 승강장 옆으로는 폐차한 기차를 이용해 만든 레일카페도 있다. 증기기관의 추억을 한잔 마실만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화본역이다.
화본역에서 출발한 화본마을의 ‘추억담기’는 산성중학교를 활용해 만든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폐교인 산성중학교를 활용해 지난 2010년 문을 연 이곳 박물관에는 1960~70년대 생활상이 고스란히 재연돼 있었다. 박물관인 학교 건물을 뒤돌아 가면 한창 공사중인 ‘추억의 테마파크’도 볼 수 있다.
옛 골목길이나 사격장과 사진관 등 다양한 체험관을 만들어 부모세대로의 타임머신 여행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 우뚝
화본마을이 이같은 관광마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에는 지역 주민과 군위군 등의 힘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인구 250명에 불과한 오지 농촌마을인 화본마을은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우뚝 섰다.
화본마을의 마을기업인 ‘화본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2014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마을기업에 꼽힌 것도 마을주민과 지자체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는 마을 기업을 통해 주민의 소득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우수 마을기업을 발굴해 시상하는 제도다.
화본마을 주민들은 1년에 1만개 내외의 일용직 일자리를 통해 성취감과 함께 금전적 수익도 함께 누린다. 군위군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120% 해냈다. 역 관사 리모델링과 화본역 새단장, 삼국유사 벽화그리기 등이 그 산물이다.
실제로 화본마을은 농촌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농어촌 휴양마을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박물관 안의 ‘추억의 학교’는 40~50여년 전의 시골 학교 교실과 이발소, 사진관, 소리사, 만화방, 문방구, 구멍가게, 연탄가게 등을 그대로 재현해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또 농특산물 직거래 및 민박 체험 등의 사업을 통해 연 3억~4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윤진기 화본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스스로 뭉쳐 한번 잘살아 보자고 나선 게 이런 성과를 낸 원동력”이라면서 “연 15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주차장을 신설하는 등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때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석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