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공상과학영화나 신화를 재현한 영화속 장면에 등장하는 신비한 모습은 미디어아티스트 류호열(43)이 텅빈 가상의 공간에 그려낸 비현실적인 나무 'Baum'시리즈의 생생한 이미지이다.
가상으로 빚어낸 나무에 생명과 영혼을 부여한 류호열은 애니미즘의 이상을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옮겨와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다른 실재일 가능성'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그가 11월 27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서울 청담동 쥴리아나갤러리에서 2010년부터 작업 중인 '나무(Baum)'시리즈를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만들어낸 작품에는 '재현'이기보다는 '표현'이라는 전제아래 실재를 모방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여실이 들어있다.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실재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가능성의 세계'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작가의 스크린 안쪽의 세계에는 우리가 막연하게 그려봤던 상상의 모습이 그에 의해서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어 펼쳐진다. 파란 가상의 하늘 아래서, 하얀색 피부로 감싸진 나무로, 사각형의 나뭇잎으로, '비현실의 모습이되 마치 현실처럼' 보여진다.
류호열은 상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모든 파장에서 같은 세기와 모양으로 반사함으로써 보이는 색'인 하얀 색을 선택했다. 백색에는 빛이 머무를 틈이 없다. 모든 가시광선을 지속적으로 반사해내기 때문이다.
백색은 모든 색이 반사하고 남는 텅빈 결여의 공간이다. 하지만 빛으로서의 백색이란 모든 가시광선이 혼합된 충만의 공간이다. 백색의 빛은 태양 광원임과 동시에 모든 색의 빛을 다가지고 있는 충만의 공간임을 암시한다.
그가 미디어로 만들어내는 백색은 자연의 백색광과는 다르다. 그것은 충망의 공간이기보다는 비움과 결여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색이 빠지고, 현실이 결여된 무엇이지만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고, 투명한 가능성의 세계와 그 효과가 빛을 발하는 공간, 마치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면서도 빛늘 내는 것처럼 보이는 '하얀 달'의 반영의 정체성과 닮아 있다.
류호열은 이번 전시에서 '하얀 상상력' 위에 올려놓는 '가능성의 세계'가 관객의 상상작용을 통해 생명력의 이미지로 꿈틀거리게 한다.
마치 장문의 내러티브를 기대했던 관객을 배신하는 그의 간결하고도 선명한 단문의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