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을 직권으로 취소하면서 교육현장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자사고 폐지는 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다. 그는 지난 선거 당시 “자사고 폐지는 선거 공약으로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고 일반고 전성시대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교육정책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충분한 소통과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면서 해당 학교측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지역 24개(하나고 제외) 자사고 학부모들의 연합체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지정취소 철회를 촉구하며 조 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조 교육감이 자신의 두 아들은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고에 보내 놓고 자사고부터 칼을 들이대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언론인터뷰에서 “외고의 경우 현재 ‘신흥 입시 명문’식으로 바뀌고 있어 문제지만 자사고와는 전혀 다르다”며 “저도 용기가 없어서 애들을 대안학교로 이끌지 못했다. 아이들이 주류 경쟁시스템에서 잘해줘서 특목고 거쳐 대학을 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 6개교를 직권으로 지정취소한 데 대해 교육부(장관 황우여)는 18일 이를 다시 취소했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즉각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19일 “교육현장의 갈등을 결국 법정 공방까지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우려된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혼란을 더 키울 것인지,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의 협의’에 대해 법제처에 문의했다.
법제처는 회신에서 “자사고 지정 및 취소에 관한 권한은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에게 각각 그 권한의 일부가 분배돼 있으며 ‘협의’의 의미는 ‘의견의 일치’가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조 교육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함께 고려해 지정취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어 이번 법제처의 해석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 뿐 아니라 21일 마감한 서울시내 자사고 입학원서 접수 결과, 서울지역 24개 자사고의 입학경쟁률이 지난해(1.58 대 1)보다 다소 오른 1.70 대 1로 나타난 것도 조 교육감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어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