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2014 순회전'사업의 일환으로 실학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한 '달력, 시간의 자취'전으로 2004년 개최한 '천문-하늘의 이치·땅의 이상' 전시를 기반으로 '보물 제1319호 경진력 대통력'등 60여점의 달력 관련 유물이 공개된다.
전통사회에서 달력은 하늘의 시간을 백성들에게 알려주어 일상생활과 생산 활동에 쓰일 수 있게 한 필수품이지만, 이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은 국가의 임무이자 정치적 권력의 표상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달력인 ‘경진년 대통력(보물 제1319호)’과 서애 류성룡(柳成龍, 1542~1607)이 사용했던 대통력(보물 제160-10호)을 비롯하여 음력과 양력이 교체되던 대한제국기의 명시력(明時曆) 등 귀중한 달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특히 류성룡이 사용한 책력 뒷면에는 의학 정보가 기록되어 있고, 안정복(安鼎福, 1721~1791)이 사용한 시헌서에는 오늘날의 다이어리처럼 날짜별로 일상사의 간략한 내용과 메모가 기록되어 있어서, 이들의 친필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달력이 책의 형태로 제작되어 책력(冊曆) 또는 역서(曆書)라고 했다. 책력은 단순히 월·일의 시간적 흐름뿐만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농사나 길흉화복 등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서 생활지침서로서 활용됐다.
1888년부터는 외국과의 조약 체결이 빈번해지면서 외교문서에 개국(開國) 기원과 더불어 태양력을 기반으로 하는 양력을 사용했다.
달력이 상품으로 등장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이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달력을 무료로 배포하였기 때문에 굳이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순회전 사업으로 진행한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동안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 달력의 역사를 통해 변화하는 다양한 달력 이야기를 보고 듣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2015년 2월 28일까지.
CNB=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