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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세계 상생형 편의점 실험…가치는 자본시장에서 통할까?

무형의 가치가 유형의 자본이 되는 패러다임 창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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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신상호기자 |  2014.11.06 10:28:02

▲신상호 기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탈리아 볼로냐의 속담이다. 혼자 일을 하는 것이 단기간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는 경제계에서도 흔한 용어가 되어버린 ‘상생’이란 말도 이런 속담과 궤를 같이 한다. 

갑을관계로 곤혹을 치른 편의점업계에서는 유독 ‘상생’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그러면서 신세계는 ‘상생형 편의점’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로열티와 위약금이 없고, 심야 영업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전략이었다. 신세계는 현재 300개의 점포를 확보했는데, 점주들의 수입이 종전보다 10~20% 늘어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업 설명회 등에 참석한 사람들도 상생형 편의점이라는 전략을 호평한다고 한다.

아직 상생형 편의점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신세계가 확보한 점포 수는 당초 목표치보다 밑돌고 있다. ‘위드미’라는 편의점 브랜드의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신세계는 향후 2~3년 간은 투자 기간으로 보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편의점업계에서 입지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상생형 편의점이 나오면서 변화는 있었다. 기존 편의점 업계가 점주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가맹 계약이 끝나가는 점주들이 ‘위드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다고 한다. 2년간 로열티 면제, 사업비 지원 등 여러 당근을 내놓으며 재계약을 맺자고 한다. 재계약 시점에는 ‘갑’이었던 업체가 ‘을’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점주에겐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씁쓸하다. 결국 돈을 두고 한 계약 관계에서의 힘 싸움이기 때문이다. 점주에게 공이 돌아오면, 업체가 자세를 낮추고, 업체가 공을 받으면, 점주가 낮아진다. 점주와 업체는 모두 당장의 수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빠르게 실행에 옮긴다. 모두 빨리 가려고만 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편의점업계의 기본적인 특성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상생’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내건 신세계의 실험은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뢰. 함께 가기. 이런 무형의 가치는 냉혹한 자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성공한다면 ‘계산기’가 아닌 ‘가치’가 유형의 자본으로 가공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한 편의점점주에게 상생형 편의점을 물었더니, 반신반의했다. 그는 ‘정말 걔네들이 과연 상생을 하겠다는 건가’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상생형 편의점은 점주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계심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CNB=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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