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직 사퇴를 공언한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4일 복귀를 선언했다. 사퇴를 발표한지 12일만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저를 사랑하고 걱정해 주신 당원 및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 사퇴를 두고 ‘즉흥적이다, 돌발적이다’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라며 “대한민국 정치에 대표는 있지만 책임이 없다는 것을 통탄하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시 저는 개헌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고 기회 있을 때마다 ‘낡고 철이 지난 옷을 이제는 갈아입어야 할 때’라고 강조해왔다”며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고 민생을 해결하기 위한 경제 살리기 또한 흔들림 없는 신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말 그대로 계란을 쌓아 놓은 것과 같은 위기상황인데도 정치권은 편을 갈라 발목잡기에 바쁘다”며 “안되겠다 싶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여야가 뜻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올인 한 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개헌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제 사퇴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었다. 약속한 공약이 물거품이 될 운명인데 행동하지 않고 최고위원직을 누린다는 것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가치와도 맞지 않았다”며 고민 끝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당의 혁신과 쇄신, 변화를 위해서는 지도부에 남아서 더 강력하게 앞장서 달라는 요청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경제도 살리고 개헌도 살리는 길이라면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의해서 경제활성화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지금 국회의 모습으로는 개헌을 할 수도, 할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경제를 살린 다음 개헌을 논의한다면 국민도, (박근혜)대통령께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정기국회에서 민생법안을 통과시킨 뒤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변하지 않은 원칙”이라며 “그것은 국가의 이익, 공동체 조화로서 이 가치를 위해 내일도 또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복귀를 선언하면서 김무성 대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김 최고위원이 사퇴할 당시 일각에서는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김을동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잇따라 최고위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경우 김무성 대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김 최고위원이 복귀하면서 김무성호는 고비를 넘기고 순항하게 됐다.
다만 언론과 동료 의원들에게 ‘복귀는 없다’는 의사를 밝혀온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말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향후 발언과 행동에 일정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