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비판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상해발(發) 개헌 사태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미소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당청 갈등에 연일 기름을 부으면서 쾌재를 부르는 모양새다. 겉으로는 김 대표를 두둔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을 날리고 있다.
가장 먼저 이를 언급한 인사는 박지원 의원이다. 지난 1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의원은 “집권여당 대표가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정치도, 집권여당도 불행하다. 정치권이 수년간 논의하던 개헌문제는 박 대통령도 후보 때 공약을 한 사항”이라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항을 여당 대표가 발언했는데, 이걸 또 지시해서 여당 대표가 죄송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얼마 전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고 ‘개헌논의 금지령’을 내렸던 것을 상기하면 청와대의 불호령이 떨어졌을 법하다”며 “청와대의 서슬 퍼런 칼날에 멈춘 김 대표의 개헌 상하이 트위스트(일그러짐)에 국민의 마음은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부의장까지 논평을 내고 “김 대표의 상해 발언은 갑자기 만들어 낸 개헌제안이 아니다”라며 “이것을 하루만에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야말로 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손”이라고 주장했다.
20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위원장부터 집중 성토를 이어갔다.
문희상 위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회의 개헌논의를 틀어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며 “김 대표의 개헌 해프닝은 결코 해프닝일 수가 없다. 현 정치체제의 한계는 대통령 스스로 드러낸 것이고, 이를 고쳐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도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를 금지했던 70년대 긴급조치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대통령이 국회차원의 논의를 막는 것은 월권이고,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김무성 대표는 참았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거기에 청와대와 우리 새누리당에 갈등을 부추기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당청갈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야당의 정치공세성 발언이 금도를 다소 벗어났다고 생각해 유감을 표한다”며 “당청이 정치현안과 주요정책을 조율하게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인데, 이런 의견 조율을 야당에서 갈등과 대립으로 확대해석하고 매도하는 것은 수준 낮은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급 인사들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틈새를 벌리려는 발언들이 도를 넘고 있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를 이간질 시키려는 발언들은 정치를 퇴행시키는 것이고 국민들 보기에도 민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이같이 당청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 또 계파 갈등 등 야당 내부의 문제를 축소시켜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