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전띠 미착용 충돌 시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안전띠미착용 교통사고의 보험금을 감액하는 약관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보험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이미 감액해서 지급한 보험사들은 약 50억원을 추가로 더 내놔야 할 판이다. 향후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B=신상호 기자)
문제는 지난 2009년 박모(43) 씨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차량을 운행하다 사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박 씨는 흥국화재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10∼20%를 감액한다’는 표준약관을 적용해 보험료를 삭감하려 하자 소송을 냈다.
지난 16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박 씨가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보험 사고의 발생 원인으로 고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없고, 이 사건 약관은 상법 규정에 반해 무효다”며 원고 박 씨 손을 들어줬다.
즉 보험가입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감액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은 안전띠 미착용 사고에 대해 10~20%의 보험금을 차감한다는 약관을 적용해왔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보험업계는 하나같이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2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법리적으로 타당한 결론이겠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온건히 지급받는다면 일반 계약자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탑승자가 더 큰 부상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생사문제와 직결된다”며 “(안전띠 미착용시 보험지급액 차감하는) 약관은 안전띠를 착용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였는데 그것이 없어지니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보험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 소멸기한은 2년이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은 최소한 이 기간 동안 감액 지급한 ‘안전띠 미착용 사고’ 보험금에 대해 추가 지급을 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손해보험사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50~6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CNB와 통화에서 “전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금액을 보면 다소 적을 수 있겠지만, 개별 보험사들의 부담은 분명 커지게 됐다”며 “향후 손해요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에도 분명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가 부담금은 다소 미미할 수는 있겠지만, 분명 검토는 해봐야 할 것”이라며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금융소비자연맹은 “손해 보험사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공제되었던 보험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원고단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