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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해치는, ‘가시박’을 아시나요?

허봉조 수필가의 소근소근 환경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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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09.11 13:24:30

▲수필가 허봉조.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양 옆으로 녹음이 짙어 푸르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유독 큰 손바닥 모양의 잎과 덩굴이 치렁치렁 늘어져 원래 식물들의 형태를 가린 채 두루뭉술한 곳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시박(Sicyos angulatus)’이 그 일대를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속에 갇혀버린 식물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 얼마나 가슴이 답답할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가시박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그저 푸름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가시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넝쿨째 걷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날 것이다.

가시박은 고속도로 주변뿐만 아니라, 강변을 따라 더욱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교량이나 공장 담벼락, 심지어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인 습지에도 잔치를 벌이듯 저들의 면적을 넓혀가고 있으니, 매우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덩굴식물, 가시박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오게 되었을까.

1980년대 후반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오이나 호박의 접붙이기용 작물로 들여왔다가, 1994년 참박이라는 신품종이 대목으로 사용되면서 낙동강 하천변으로 급속하게 번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5각형의 넓은 잎으로 주변 식물이나 나무를 덮어 광합성작용을 방해하고, 칡처럼 나무를 친친 감아 오르며 주변 식물뿐 아니라 키 큰 나무에도 성장에 피해를 준다.

줄기나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칭도 생겼다고 한다.

덩굴줄기는 최대 8m 이상 자라고, 여름철에는 하루 20㎝가 넘게 자란다고 한다. 한그루 당 2만5000개 이상의 씨가 달린 경우도 있고, 물의 흐름이나 동물의 털에 묻어 이동하며, 열매는 다른 식물보다 커 땅속에 깊이 묻혀도 싹이 잘 튼다고 한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가시박.(사진/수필가 허봉조)

더구나 땅 속에 묻히면 60년 이상 발아력을 간직한 채 휴면할 수 있을 만큼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가시박은 씨앗으로 전파가 되기 때문에, 씨앗이 여물기 전에 제거를 해야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한두 번으로 제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수차례씩 지속적으로 제거 작업을 벌여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변 식물들의 생장을 위협하는 가시박이, 우리나라에서는 생태계 교란식물(2009년 6월)로, 일본에서는 특정 외래생물로, 미국에서는 유해잡초로 지정·관리되고 있다니, 그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최근 대구지방환경청이 낙동강본류(달성군 현풍면~봉화군 소천면) 양안의 가시박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그 면적이 축구장 250개의 면적에 버금가는 203만여㎡로 나타났다니,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생물다양성을 급격하게 감소시키고 있는 생태계교란 야생생물인 가시박 퇴치를 위해 환경청을 비롯하여 지자체와 군부대, 민간단체와 기업 등이 힘을 합쳐 제거작업을 단계별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거작업 이후의 분포도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효과를 분석하여 향후 가시박 퇴치작업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강변을 따라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가시박.(사진/수필가 허봉조)

외국의 야생생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과정은 ‘인위적 경로’와 ‘자연적 경로’가 있다. 큰입배스, 뉴트리아, 서양금혼초처럼 양식용이나 모피생산용 또는 관상용 등의 목적으로 사람이 들여오는 경우가 있고, 바람이나 해류를 타고 자연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가시박 외에도 뉴트리아, 블루길, 꽃매미 등 생태계교란 야생생물로 인한 폐해가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 만약 앞으로도 특정 목적으로 야생생물을 들여오는 경우가 있다면, 철저한 관리대책을 수립하여 또 다른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부디 우리 고유의 생물들이 마음 놓고 숨 쉬고, 가지를 뻗어, 생태계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 : 기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생물로, 환경부에서 현재까지 총 18종을 지정하였다. 포유류로는 괴물 쥐로 알려진 뉴트리아, 양서․파충류에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속, 어류로는 블루길과 큰입배스, 곤충류에는 꽃매미, 식물류에는 돼지풀,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등 12종이 있다.

※ 생물다양성협약 : 지구상의 생물 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협약. 1992년 세계 193개 국가가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였고, 2년마다 당사국총회를 개최하여 중요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9월29일~10월17일)’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 예정이다.

●수필가 허봉조씨는 현재 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수필가, 환경노래작사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칼럼 및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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